나의 반려동물의 성격이 조금 예민하다면 누군가에게 부탁하거나 호텔링을 맡기는 것도 엄청난 부담과 걱정으로 다가온다. 요즘 강아지 호텔은 조금이라도 사납다면 바로 거절하는 경우도 많고 당연히 다른 집에 맡기는 것도 반려동물, 보호자, 맡아 주는 사람까지 모두 불안하고 무섭기 마련이다. 그럴 땐 나는 우선적으로 펫시터를 집으로 부르는 걸 매우 매우 추천한다. 반려동물은 자신의 집에서 편하게 쉴 수 있고 보호자는 펫캠으로 24시간 관찰할 수 있으며, 펫시터는 보호자가 요청한 사항 외에는 일을 수행하지 않고 머무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집을 비울 수 있다.
하지만 펫시터 들은 시간이나 몸무게, 마리 수에 따라만 금액을 책정받지만 예민한 성격은 추가금이 붙는 구조가 아니기에 (일하고 있는 플랫폼 기준)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 없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보호자가 미리 작성해 둔 반려동물의 성격이나 이전에 방문한 다른 펫시터의 방문 후기를 보고 일을 수락하지 않기도 하는데, 실제로 나 또한 예민한 반려동물을 많이 봤음에도 후기에 '사납다, 공격한다, 사람을 문 적이 있다'는 말이 있으면 순간적으로 할까 말까 고민한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반려동물일수록 가능하면 내가 방문하려는 나름의 사명감도 가지고 있는데, 그건 사나운 우리 강아지와 겹쳐 보였기 때문일까. 동물들의 환경에 따라 사납고 예민해진 이유가 있고 태어날 때부터 특별히 더 예민한 동물들도 있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더 힘겹게 다른 도움의 손길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나로선 조금 마음이 쓰이는 일이다.
오늘도 아침에 새로 올라온 펫시팅 일정도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는데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일하는 펫시터 플랫폼은 일거리를 원하는 사람이 많기에 보통 새로운 일이 올라오면 거의 2~3분 내로 다른 누군가가 수락하기 때문에 신규건은 잡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몇 시간이나 지나도 그대로 있다는 건 다른 펫시터가 꺼려하는 조건을 가졌다는 뜻이다. 나도 다른 방문 일정을 수행하느라 몇 시간이 지나서야 누구일까 하는 마음에 강아지 정보와 후기를 살펴보니 역시 심상치 않다. 시바견 친구인데 예민하다고 쓰여 있다. 사람이나 강아지를 문 적은 없다고 하는데 다른 펫시터 후기를 보니 미리 보호자에게 하네스를 채워달라고 하지 않으면 줄을 차는 게 싫어 방어적인 공격성을 보일 때도 있다고 적혀 있었다. 시바견들이 유독 내성적이고 방어적일 때가 많기에 더 고민되었다. 게다가 크기가 크면 더 무섭다. 2kg 말티즈가 싫다고 앙앙 거리는 것과 14kg 시바견이 싫다고 왕왕 거리는 건 다른 공포다.
"아.. 할까? 하지 말까?"
5분이지만 정말 수만 번 고민했다.
.... 딸각.
[V 수락하기]
결국 수락하기 버튼을 눌러버렸다. 5분 정도 기다리니 나에게 배정이 되었다는 알림을 받았고, 나는 짐을 챙겨 출발했다. 이동하는 사이에 보호자와 채팅을 나눌 수 있었는데 큰 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갑자기 회식이 잡혀서 하네스는 못 채웠어요. 그래도 물지는 않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실외 배변하는 아이라 오줌이라도 싸게 해 주세요."
당연히 낯선 사람이 산책줄을 채우는 게 어려운 강아지라 끈만 잘 연결해서 산책하면 될 거라는 안일한 생각은 사치였다. 이런.. 여기서 못한다고는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네! 확인했습니다."라는 답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이런 경우 내가 노력해도 강아지가 심하게 거부한다면 내 판단하에 실내로 전환할 수 있기에 일단 가보자 싶었다. 현관문을 여니 시바견의 큰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넌 누구냐 하는 목소리다. 이런 경우는 흔하기에 일단 친한 척도 하고 천천히 다가가 보았다. 와.. 이 녀석 쉽지 않다. 고양이처럼 요리조리 피해 가면서 1M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나에겐 30분의 시간 안에 줄을 채우고 밖으로 나가야 하는 미션이 있기 때문에 하네스를 들고 무릎을 꿇은 채로 방바닥을 쓸며 아이를 쫓아다녔다. "괜찮아 괜찮아~" 웃으면서 진정시키려고 해 보아도 15분째 짖으며 나에게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아까 한번 살짝 터치하려고 하니 기겁하며 거의 물기 직전 (이빨이 내 손 등에 닿았다) 상황까지 가버렸기에 더 무서웠다. '물진 않는다고 했는데 물 것 같은디...'. 그래, 한 번만 더 해보자. 오줌은 싸야지 실외배변이면 아침부터 참았을 텐데 얼마나 괴롭겠어. 마지막으로 피어오른 사명감으로 구석으로 살짝 몰아 빠르게 하네스를 채웠다. 기겁하긴 했지만 정말 다행히도 물진 않았다. 보호자의 말이 틀리지 않은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시간을 확인하니 20분이 넘었다. 보통 30분 산책을 하면 마지막 5~10분은 집에 돌아와 발을 닦아주거나 정리하는 시간이라 사실 산책을 못 나가는 게 맞는데 나는 저번에도 말했듯이 미련한 예스맨 펫시터라 산책줄을 잡고 나갔다. 10kg 이상의 강아지는 조금만 줄을 당겨도 힘이 엄청 세다. 그래서 방심하면 줄을 놓치거나 끌려다닐 수 있는데 오늘의 시바견은 14kg다. 그리고 어지간히 급했는지 총알처럼 줄을 당기며 뛰어다닌다. 그래, 오줌만 싸게 해 주자는 마음으로 나도 허겁지겁 쫓아다녔다. 쏴아아아아 대용량의 오줌을 방출한 녀석은 기분이 한결 좋아 보였다. 나도 마음이 편해졌다. 애초부터 남은 시간이 없었기에 집으로 바로 돌아가야 하는데 시바견 종특 행동이 나왔다. 안가시바. 집에(정확히 말하자면 집 방향으로) 안 가겠다는 뜻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미 나는 하네스를 채우는데 온 힘을 다 써서 기운이 빠졌지만 안 간다는 14kg 시바견과 힘 겨루기를 하며 집으로 돌려보냈다. 현관문까지 닫고 어플에서 [돌봄 종료] 버튼을 누루고 나니 힘이 쫙 빠졌다.
처음에도 말했듯 나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시간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2kg의 순둥이 말티즈를 산책했을 때와 똑같이 받는다. 그럼에도 나는 사람들이 힘들어 거부하고 꺼려하는 조건을 가진 반려동물의 삶도 지켜주고 직접 돌봐주지 못해 불편한 보호자의 마음도 편안하게 해 줬다는 생각에 흘린 땀을 닦으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