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잡기 싫어

미움받긴 더 싫어

by chiimii

왜 점점 사람 만나는 게 어려울까. 시간도 많아졌고 체력이 달리는 것도 아닌데 확실히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점점 호불호 격차가 커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 유지용으로 주기적인 만남을 갖던 사람들도 조금만 불편한 점이 생기면 만나고 싶지 않다. 나를 편하게 내버려두고 싶다. 그들에게 좋은 사람은 되고 싶으면서 미움 받기는 싫으면서 약속은 피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특히 평소에 약속도 안 하고 만난 지 오래된 친구들은 굳이 만나야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나만 이렇게 정이 없는 걸까. 결국 스트레스는 나에 대한 자책으로 돌아온다. 만나서 궁금하지 않은 옛 동창들 소식을 듣는 것도 싫고, 좋지도 싫지도 않은 적당한 리액션으로 받아치는 것도 싫고, 알려주고 싶지 않은, 또 어디로 퍼질지 모르는 내 근황에 답하는 것도 싫다.


내가 왜 유독 그 친구들을 만나기 싫어하는지 고민했다. 대체 왜 카톡으로 연락이 오는 것부터, 날짜 잡는 것부터, 약속일 며칠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는지 생각해봤다. 난 그 친구들과 함께했던 그 시절의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싫어하는 것 같다. 철없고, 거침없고, 남에겐 함부로 상처주면서, 내 상처엔 유독 아파했던 그 시절의 나를. 그 친구들을 만나면 그 시절의 내가 떠오르는 게 싫고, 그 친구들이 나를 그 시절의 나로 대하는 게 싫다. “너 그런 거 싫어하지 않아?” “너 이랬잖아~~!” 이런 말들. 난 변하고, 나아지려고 노력하는데 그 시절로 날 끌어당기면 난 달라졌다고,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훨씬 나은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지는데 표현할 길이 없어서 입을 다물게 된다.


그 시절의 못난 나를 책임질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걸 안다. 그 시절의 나를 연민하고 예뻐 해줄 사람도 나밖에 없다는 걸 안다. 그런 내가 있어서 지금 더 나아진 내가 있다는 것도. 그 시절 나를 내가 좋아해주면 그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까? 난 아직 멋진 사람이 되려면 멀었나보다. 다들 이런 부끄러운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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