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가르침
뉴욕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칸쿤에 도착했다. 칸쿤에 도착해 뜨거운 태양과 에메랄드 색 광활한 바다를 보자마자 흥분하며 “우리는 역시 휴양지 체질이야!”를 외쳤다. 올인클루시브인 칸쿤 호텔에서는 뭐든 공짜인듯(사실은 큰 금액을 지불했음에도) 먹을 수 있었다. 물 하나 먹을때마다 미니바 비용이 청구되던 뉴욕보다는 마음이 편했다.
우리는 한 곳에서 여행을 길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 쉬엄쉬엄 여유롭게 ‘휴가’를 즐기기 위함인데 여행일정을 들은 주변인들은 항상 “그렇게 길게 가? 할 거 없어~”의 반응이다. 남들은 당일치기나 1-2박 머무르는 국내 섬도 일주일은 머물러야 여행한 것 같은 기분이다. 우리의 신혼여행지는 몰디브였는데 몰디브나 칸쿤으로 여행 오는 서양인들을 보며 진정한 쉼을 즐기는 듯한 그들의 여유로움을 느꼈다. 물론 한국인들은 그들에 비해 휴가가 짧아 단기간 최대한 많이 즐기기위한 것도 있지만 일명 뽕을 뽑고자 휴가를 보내면 그것에 매료되어 내가 원했던 진정한 휴식이 어려워진다. 나 역시 휴양지를 좋아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낯선데 그것이 마치 시간을 버리는 것(킬링타임)같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 때는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 수영, 선베드에서 독서와 낮잠, 멍때리기의 시간을 많이 보내려 했고 호텔 테라스나 침대에서는 글쓰기와 사색의 시간을 보냈다. 찍은 영상을 편집하기도 했고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는 브런치에 올라온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감탄하기도, 슬퍼하기도 했다.
칸쿤에서 쉬면서 읽은 책 헤르만 헤세 <삶을 견디는 기쁨> 의 일부이다.
우리는 미친듯이 일하고 바쁘게 사는 삶을 살지 않으면 나태해지고 뒤처진다고 불안해하며 심지어 제대로 살고 있지 않은 듯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 시간을 투자해 자연을 느끼고 자기 자신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 또한 필요한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큰일이 나지 않는다. 가끔은 그럴 때에 삶을 더 누리고 있단 생각이 든다.
다른 문화 사람들을 보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뉴욕은 바쁘고 차가운 도시같지만 버스 운전기사님은 따뜻했다. 버스에 천천히 오르는 몸이 불편한 승객에게 미소지으며 “Take your time.”이라고 이야기하고 버스카드가 2인으로 찍히지 않는 외국인 여행객에게는 그냥 타라는 눈빛을 보낸다.
보통 우리는 돈을 지불하면 그 만큼 대접 받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버린다. 호텔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투숙객의 러기지를 가져다주는 직원이 먼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뉴욕 호텔에서도, 칸쿤 호텔에서도 그런 직원들은 본인들이 먼저 기다리고 있었음에도 우리에게 엘리베이터 순서를 양보했다. 나는 그들의 배려에 땡큐라고 한 뒤 당연하게 몸을 실었다. 그리고 그들은 타지 않고 다음 것을 기다렸다.
칸쿤에서 하루는, 우리 앞에 있던 외국인부부가 직원에게 끝까지 엘리베이터를 양보하는 것을 보고 아차싶었다. 돈을 지불했다는 이유로 타인의 배려를 너무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 같아서 조금 부끄러웠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싼 호텔에서, 5분이라도 숙소에 빨리 들어가고 싶은 와중에, 그들의 몸에 밴 듯한 배려가 왠지 나를 부끄럽게 했다. 무엇이 그들과 나를 다르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시간적 여유일까. 몸에 밴 배려일까. 아니면 문화적 차이일까. 이런 경험과 고민은 나로 하여금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었다.
최근에 여행을 하면서 단지 놀고 즐기는 것 외에도 뭔가 배우고 깨달으려 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글로 쓰다보면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은 따뜻한 배려, 여유로운 태도, 다른 삶에 대한 존중… 이런 것들이구나 알게된다. 기록하지 않으면 금방 날아갈 기억들을 되새기니 좋다. 들여다본 적 없는 내 마음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생겨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