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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것이 아니라 진짜 살기 위한 것이었다

씨앗의 독백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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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것이 아니라 진짜 살기 위한 것이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꼼짝을 할 수가 없어요!!”

소리를 질러보지만 깊은 어둠 속에 갇혀버렸고 움직일 수도 없게 되었다.

기분 나쁜 축축함이 온몸을 감싸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이 죽음을 기다릴 신세가 되었다.



어둠 속에서 깊은 잠을 자는 듯한 시간이 흐르고 조금은 익숙해질 때쯤 내 몸의 보호막이 벗겨지기 시작한다.

“이건 뭐지, 왜 내 몸에 이런 변화가 생기는 거야. 왜 이러는 거야.”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변화이지만 그냥 이 낯선 어둠에 나를 맡기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보호막이 벗겨진 곳에서 무언가가 내 안에서 꿈틀대며 어둠의 위를 향해 뻗어가기 시작한다.

아래로도 무언가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그곳을 통해 내 목마름을 해갈해 줄 무언가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변화가 낯설고 두렵기는 하지만 이제는 죽을 것 같은 마음이 아니라 다시 빛과 신선한 공기를 갈망하게 된다.


보호막이 사라진 것은 내가 자라고 성장하기 위한 과정의 시작임을 배워가게 된다.

나는 어둠에 갇혀 있지만 나를 둘러싼 그곳의 모든 기운이 나를 자라도록 돕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제는 위를 향해 자라가면서 다시 찬란한 햇빛과 시원한 바람과 곧 다시 만날 기대로 마음이 설렌다.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가진 존재인지를 인식하지 못한 채 보호막 안에서 안주하며 살았었다.

하지만 그 보호막 안에서는 편한 것 같지만 내 안에 가능성들이 펼쳐질 수 없었음을 깨닫게 된다.

나에게 찾아온 두렵고 어둠에 갇혀버린 상황은 내가 진짜로 살기 위해 꼭 겪었어야 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어둠에 갇혀버린 것이 아니라, 땅에 새로운 열매를 맺기 위해 심긴 것이다.

내 몸의 보호막이 벗겨진 것이 아니라, 내가 자라기 위해 껍질이 흐물흐물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생명의 열매를 품은 씨앗이다.


#씨앗 #변화 #생명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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