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그라미 원 Sep 26. 2023

미성숙한 갑질 사회




미성숙한 갑질 사회          



사람은 대체로 의무보다 권리를 주장한다.

이러한 경향은 미숙한 사람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난다.

갓난아기는 자신의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미숙한 상태인데 울음으로 자신의 권리만 주장한다.

물론 갓난아기가 자신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울음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권리 행사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가 자라면서 열 살이 되면 나름의 의무가 생기고, 스무 살이 된다면 그 의무는 더 커진다.   


       

예를 들면 갓난아기는 자기가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울어서 자신의 상태를 표시한다.

새벽 두 시쯤 깨서 배가 고픈데 ‘엄마 아빠가 피곤하시니까 내가 아침까지 참아야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 엄마와 아빠는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두시 건 세시 건 아이를 먹이며 빨리 자라기를 바란다.

그런데 아이가 열 살이 되어 학교도 안 가고 아무 때나 자고, 새벽 두 시에 밥 차려 달라고 조르면 심각하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되어서도 주변 사람들이야 어찌하든 자기 마음대로 자기 권리만 주장하는 사람은 사회적 흉기가 된다.             



갓난아기가 말을 못 하고 울기만 하는 건 참 다행인 일이다.

상황 판단 능력은 없고 권리만 아는 아기가 그걸 말로 다 표현한다면 부모가 어찌 그 과정을 견디겠는가?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도 상황 판단을 못하고 안하무인 식으로 자기 권리만 주장하는 사람을 보면 어떤가?

최근에 여러 형태의 갑질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결국 남이야 어떻든 내 권리 주장이 우선이라는 미숙함의 표현 아닌가?          



어린아이에게는 아직 다룰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칼이든, 불이든 위험한 건 만지거나 가지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의무와 권리에 대해 균형을 이루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 가진 도구는 흉기가 되어 간다.

칼이 아니어도 그 사람의 말과 댓글이 흉기가 되기도 하고, 운전대를 잡은 차가 흉기가 되기도 한다.

성숙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말과 자신의 행동의 결과에 대해 신중하지만 미숙한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몸은 커지고 심지어 세상의 힘과 권력도 가졌지만 여전히 미숙한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런 사람이 ‘내가 누군지 알아?’라며 내뱉는 말과 행동으로 인해 상처와 고통을 받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아이는 자라면서 선생님을 통해서보다 부모를 통해 인격이 자라고 성숙하게 된다.

부모가 내 아이를 위한다고 선생님에게 갑집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면 그 아이도 갑집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생이 된다.

최근에 부모의 도를 넘는 교사에 대한 갑질 소식은 그 자녀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더 마음이 아프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공부해라, 공부. 공부해서 남 주냐?’라는 말은 사실은 틀린 말이다.

사실 공부는 남에게 최고의 것을 줄 수 있는 능력이 갖추기 위해 하는 것이다.

최고의 선생님이 되는 것은 아이를 잘 가르칠 능력을 갖추는 것이고, 

최고의 의사가 되는 것은 환자를 잘 고칠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잘 가르치고 잘 고치고 각자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사회는 필요로 한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나를 위해 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을 갖추든 결국 미숙하여 쓸모없는 사람이 되기 쉽다.          


살면서 스펙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인성이다.

인격의 성숙함은 자신의 권리보다 의무를 알고 행하는 힘이다.

자신의 권리 주장이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면 때로는 권리도 내려놓을 줄 아는 것이 인성이다.

이제 우리는 스펙 이상으로 인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과 말과 태도로 성숙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욱 치열한 생존 경쟁 사회에서 갈등이 커지고 결국 나도 피해자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서로 성숙하여 을로 살아도 불편하지 않은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정상적인 국가 시스템의 중요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