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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Sep 27. 2023

세상에 그냥 당연한 것은 없다


세상에 그냥 당연한 것은 없다          



세상에 그냥 당연한 것은 없다.

세탁기는 언제나 당연히 빨래를 넣고 돌리면 세탁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세탁기가 고장 났다. 세탁기에 화전판이 빠진 것이다.          

어제저녁에는 빨래를 들고 근처 세탁방에 가서 빨래를 하고 왔다.



이불 빨래를 위해 세탁방에 가서 빨래를 한 적은 있지만 평소 매일의 빨래를 세탁방에 가서 하기는 처음이다.

오늘 아침에는 AS센터에 전화를 해서 10분이나 기다린 뒤 방문 수리 접수를 했다.

일단 수리가 끝날 때까지는 너무도 당연하던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됐다.          



사실 당연한 것은 너무도 고마운 것들이다.

평소에 세탁기에 대해 고마움을 가져 본 적이 없었지만 아주 고마운 것이었다.

매일 깨끗한 옷을 입고 생활할 수 있도록 매일 판이 빠져라 돌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도 소중하고 필요한 것이지만 당연하게 생각하고 고맙게 여기지 못한 것이 많다.



우리는 매 순간 숨을 쉬는 공기와 내가 숨을 쉴 수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산다.

그런데 코로나가 걸려 산소 호흡기가 없이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때 숨을 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던 지.   

우즈베크에 카라칼팍이라는 지역이 있는데 지금은 아랄해라 불리던 호수가 다 말라 물이 너무도 귀한 곳이다.

그곳에 갔을 때는 샤워는 꿈도 못 꾸고 아침에 물컵 한 잔의 물로 세수와 양치까지 다 해결을 해야 했다.

우리에게는 너무도 쉽고 당연하게 생각되던 것이 어디선가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절박한 것이기도 한 것이다.     

      

살면서 당연하게 느껴져서 고마움을 잘 느끼지 못한 것이 가족이다.

빨래를 세탁기가 하기는 했지만 지난 30년 간 빨래를 내가 한 날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아내가 빨래를 했지만 나는 세탁기에서 다 된 빨래를 꺼내주는 것도 귀찮아한 적이 많다.

돌아보면 아내가 나를 위해 빨래를 해주고 청소를 하거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당연한 일이 아니다.          



이제 추석이 되면 매년 그랬듯이 많은 가족이 당연하듯 만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추석이면 당연히 먹는 것으로 생각한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수고할 것이다.

하지만 어제까지 멀쩡하다고 생각했던 세탁기가 갑자기 고장 나듯 사실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

만일 매일 같이 사는 가족이 ‘저 인간만 없으면 소원이 없겠다.’라는 마음이라면 그 자체가 마음의 지옥이다.   

       

세탁기가 고장 나고 보니 세탁기도 고맙고 세탁기를 돌릴 물도 고맙다.

무엇보다 언제나 당연하듯 빨래를 하고 널고 개는 아내가 소중하고 고맙다.

오늘은 아내가 시댁과 처가에 가져갈 전과 녹두전을 당연하듯 준비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부모님들도 나이가 드시다 보니 이런 명절에 가족 모임도 내년에도 당연한 것은 아닐 수 있다.

이번 추석에는 당연한 만남이 아니라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 원한다.       


#추석 #세탁기 #소중한것 #당연한것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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