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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Oct 08. 2023

어쩌다 돈세탁 사건



어쩌다 돈세탁 사건     



정치인이나 재벌이 아니어도 돈세탁을 할 수 있다.

어제 우연히 돈세탁을 하게 되었다.

아내가 빨래를 널다가 와서 말했다. “자기 운동복 바지에서 이거 나왔는데 돈세탁했네.”

이따금 빨래할 때 주머니를 잘 안 챙겨서 일어나는 〈돈세탁 사건〉이다.          



이제 곧 여름옷을 집어넣고 겨울옷을 꺼내 입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겨울옷을 정리할 때는 작은 설렘이 있다.

예전에도 겨울 옷을 정리할 때 주머니에서 5만 원짜리가 나온 적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에도 옷정리 할 때 작년 겨울옷 가운데 미처 꺼내지 못한 돈이 있기를 바란다.          

〈돈세탁 사건〉 어마어마한 일 같고 부정적인 이미지이지만 내 삶에는 소소한 행복이 될 수 있다.



세탁기에서 만원이 나오기도 하고, 가을이나 겨울 옷에서 5만 원짜리가 나올 때 공돈 생기는 느낌의 행복.

내가 발견하면 내 행복인데 아내가 발견하면 그날로 소유권 이전이다.          

엄청난 재산을 가진 사람은 오히려 그 재산 때문에 불안하고 작은 것에 행복도 느끼기 어렵다.

오히려 작은 것에 행복하고 감사하는 삶은 별로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 더 누리게 되는 역설이다.          



만원이 깨끗해졌다. 이 만원으로 무엇을 할까?

요즘 현금을 종종 쓰는 곳은 동네에 야채와 과일을 싸게 파는 가게에서다.

아마도 세탁한 돈 만원도 과일 한 바구니와 야채 몇 가지를 사는데 요긴하게 쓰일 것 같다. 

뉴스에 절대 나올 수 없는 〈돈세탁 사건〉으로 마음이 넉넉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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