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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Oct 28. 2023

뭘 써야 할지 모를 때




뭘 써야 할지 모를 때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마음이 들 땐 핸드폰을 들고 산책을 나간다.

산책을 하는 길은 같아도 오늘 산책하며 보는 풍경과 스치는 사람은 매일 다르다.

요즘 나무들이 매일 알록달록 옷을 갈아입고 패션쇼를 펼치고 있다.

청명한 공기와 하늘이 나무들의 패션쇼에 어울리는 배경을 연출한다.

산책길에 나무들의 가을 신상 패션쇼도 충분한 글감 아닌가?          



이렇듯 우리의 일상을 마음의 눈을 열고 다가가 바라보면 모든 것이 새로운 글감이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풍경도 눈을 감은 채 지나가면 아무것도 보지 못하듯, 

내가 겪고 내 가 본 일상인데도 나에게 아무 글에 대한 소재를 찾을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까?’라는 생각보다 ‘어떻게 자랑하고 싶게 볼까?’에 집중한다.

내가 보고 느낀 것이 자랑하고 싶은 것으로 가득하면 그 자랑이 끌리는 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러 먹방 글을 쓰려고 하지 않아도, 여행지를 멋지게 소개해서 인플루언서가 되려고 하지 않아도,

내가 먹은 음식이 누군가와 함께 먹고 싶은 음식이고, 내가 본 풍경이 정말 보여주고 싶은 풍경일 때,

그 마음을 사진과 글로 표현하면 그것이 나와 내 글의 의미와 가치가 될 것이다.          

오늘도 뭘 써야 할지 혼란스러운 백색 공포증을 내려놓고 아침 산책을 다녀오니 

사진에 담아 온 산책길을 자랑하고 싶어 진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가을이면 지금 집에 있는 동네에 정착을 하게 된 것이 감사하다.

7년 전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한국에 돌아와서 어디에 다시 정착해야 할지 모를 때 

우연히 버스를 타고 지나다가 본 동네가 사는 곳이 되었다.

지내면 지낼수록 살면 살수록 마음에 드는 곳이다.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에 가면 철학자들이 사색하며 걸었던 일명 ‘철학자의 길’이 있다.

동네 산책길은 나의 ‘철학자의 길’이다. 난 하이델베르크를 걸었던 철학자들이 부럽지 않다.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생각되면 핸드폰 하나 들고 산책을 해 보기를 추천한다.

물론 잔잔한 음악과 함께 하기 위해 이어폰도 있으면 좋다.

그리고 나무들이 패션쇼를 하고, 하늘에 구름이 스카이쇼를 펼치면 카메라를 켜고 찍는 것이다.

다시 집에 돌아와 찍은 사진을 보며 그 시간 느낌을 생각하면 오늘도 글감 하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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