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그라미 원 Nov 15. 2023

나만의 아지트인 마음의 골방 청소


나만의 아지트인 마음의 골방 청소          



마음의 골방에 문을 연다.

마음 어딘가에서 기분을 거스리는 냄새가 새어 나오던 곳이다.

오랫동안 문을 열지 않아 들어서자마자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굴러다니는 먼지가 발에 밟힌다.

천장에 있는 형광등 세 개 가운데 두 개도 꺼져서 침침하다.

처리하지 못한 마음의 짐들을 창고처럼 넣어 논 방에 먼지와 곰팡이 냄새가 가득한 것이다.          



진공청소기를 최대로 돌리며 먼지를 제거한다.

먼지가 풀풀 나서 마스크를 쓰고 청소를 해도 먼지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섞인 냄새가 코를 찌른다.

문을 열고 닫혀 있던 창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니 신선한 바람이 퀴퀴한 냄새를 밖으로 몰아낸다.

가지고 있어 봐야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마음의 짐들을 다 종량제 봉투에 담아 내 버렸다.

형광등도 새것으로 갈고 은은한 빛과 함께 향이 나는 무드등을 가져다 놓으니 신선한 커피 한잔이 생각난다.     

     

마음의 골방은 누구도 드나들 수 없는 나만의 아지트다.

그 아지트에 신선하고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것들이 가득하다면 특별한 일이 없어도 기분도 상쾌하다.

살다 보면 기분 좋은 일보다 마음 상하고, 서로를 향한 오해와 불편함이 생기는데 그런 감정들을 다 표현하지 못한 채 마음의 골방에 넣어둔다.

하지만 그 아지트에 마음의 상처, 원망과 불평, 미움과 복수심으로 가득 차 그냥 걸어 잠그고 있다면 그곳에서 음산한 우울함의 퀴퀴함이 내 생각과 삶을 어지럽힐 것이다.          



마음에 골방을 대청소하고 나니 기분이 상쾌하고 새롭다.

우리는 살면서 가끔 마음의 골방에 들여다보기도 싫었던 마음의 짐을 쌓아 놓고 살 때가 많다.

아무리 맛집을 찾아가고, 힐링을 꿈꾸며 여행을 다녀와도 마음의 골방에 내가 원치 않던 감정의 짐이 쌓여 있으면, 마음과 생각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게 된다.          



종종 마음의 나만의 아지트인 골방의 문을 활짝 열고 청소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위로나 상담도 필요하지만 결국 그 골방은 내가 아니면 치울 수 없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느긋하게 신선한 커피 한잔 마실 마음의 골방 청소가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슴 벅찬 감동에 대한 그리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