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그라미 원 Dec 18. 2023

피할 수 없으면 즐기려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려 한다          



내가 뜻하고 계획을 세운대로 일이 되지 않으면 어떻게 반응하는가?

그런 때에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느냐에 따라 일상이 엉망이 될 수도, 아니면 더 놀라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작년 겨울 어느 휴일에 지인과 함께 가평에 아침 고요 수목원을 가기로 하였다.

두 가정이 승합차 한차로 가는 길에 곰탕을 잘하는 장작불 곰탕집에 들러 일단 든든히 속을 채웠다.

그런데 아침 고요 수목원에 도착할 때쯤 갑자기 눈보라가 치며 눈이 오기 시작했다.

고요한 아침에 수목원 산책을 하려 했더니 아침 폭풍 산책이 될 지경이었다.          



일단 수목원 입장을 포기하고 지인의 두 아이를 위해 눈썰매장으로 방향을 바꿨다.

사실 아이들은 부모를 따라왔지만 수목원은 별로 흥미가 없었는데 눈썰매를 타러 가자니 너무 좋아한다.

눈썰매장에는 너무 일찍 도착해서 개장 전까지 15분 정도를 기다리다가 입장하니 손님도 거의 없었다.

일단 모두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으니 어른들도 오래간만에 신나게 눈썰매를 탔다.

세 번 타고나니 별로 더 타고 싶지 않아 나와 아내, 아이 엄마는 식당 겸 매점에 가서 커피로 몸을 녹였다.

아이들은 지치는 기색이 없이 열심히 더 타는 사이에 눈썰매장에는 점점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어른들 여정에 아이들이 따라온 것이 아니라, 아이들 여정에 어른이 따라온 여정으로 바뀌었다.          



근처에서 점심을 먹는데 식당 앞뒤 마당도 온통 눈이어서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아이들은 눈싸움을 한다.

식사를 마치고  산책을 하려고 하니 식당 주인이 여기서 조금만 올라가면 얼음폭포가 있다고 알려준다.

우리는 차를 식당에 세워두고 온통 눈으로 덮인 길을 걸으며 얼음폭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사실 눈길에 별 기대 없이 조심조심 갔지만 전 날 폭설로 가는 길의 풍경도 운치가 있었다.

그렇게 20분 정도 걸어 올라 도착한 얼음폭포는 생각 이상으로 멋진 풍경이었다.

수목원까지 갔다가 발걸음을 돌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처럼 느껴졌다.          



여행을 하다 보면 계획을 세운 대로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생긴다.

사실 여행뿐 아니라, 우리가 살다 보면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지 않은가?

나의 경우는 다행히 오히려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멘붕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대를 하게 된다.

작년에 그 여행에서도 계획대로 되지 않았기에 전혀 새로운 곳에서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을 좋아한다.

살면서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화를 내기보다 기대를 가지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계획을 세우기는 하지만 계획대로 안될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계획을 세운다.

미리 플랜 B를 준비해야만 할 때도 있지만 계획대로 안된 상황을 즐길 마음에 준비가 되어 있다면 오히려 그러한 때를 즐기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내 계획대로 돼야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내 뜻대로 안 될 때 그것을 기회로 만들어야 더 살만한 인생이 된다.

앞으로도 가능하면 피할 수 없을 때 즐기며 살려한다.


#아침고요수목원 #가평얼음폭포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에 창피했던 기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