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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Feb 08. 2024

‘동그라미 원’을 정체성으로 삼으려는 이유


‘동그라미 원’을 정체성으로 삼으려는 이유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필명을 ‘동그라미 원’으로 하고 있다.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일단 성이 ‘원’이기도 하고, 얼굴이 크고 뒹굴넙쩍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도 이 가면이 얼굴에 붙어서 안 볏겨 져서 그렇지, 벗으면 나도 얼굴이 작아요.”라고 농담을 한다.

또 하나의 뜻은 어떤 것도 그 동그라미 안에 품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대체로 성격도 둥글둥글해서 그런 성격을 동그라미 원으로 표현하다.          



아내의 성이 ‘강’씨인데 보통 ‘강’씨가 강하고 고집이 세다고 말들을 한다.

어제 아내가 강 씨인 다른 분이 “강 씨와 사는 거 어떠세요?”라고 질문을 했다.

“저는 제 동그라미 안에 강 씨를 다 품어요.”라고 대답을 했다.

옆에서 함께 듣던 아내도 그 점은 인정을 한다.          



원은 평평하고 잘 닦인 길보다 울퉁불퉁하고 거친 길에서 더 진가가 나타난다.

근사한 형태와 각을 가진 모양은 평평한 곳에서 돋보이지만 울퉁불퉁한 곳에서는 앞으로 가기 힘들다.

하지만 원이 동그랄수록 아무리 울퉁불퉁한 곳에서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다.          



사실 20대 때까지는 성격도 외모도 ‘동그라미 원’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젊어서는 감정의 기복도 심한 편이었지만, 이제는 웬만한 일이 있어서 크게 감정의 기복이 별로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하여 분위기가 경직되게 하기보다는 특유의 아재개그로 분위기를 녹이는 편이다.

개그를 재미있게 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경직되고 딱딱한 분위기를 싫어해 그렇게 분위기를 푸는 편이다.          


나이가 들면서 가능한 다른 사람과 부딪히기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를 품고 설득하는 법을 배워 간다.

강하게 주장해서 상대를 굴복시키기보다는, 시간이 걸려도 품으며 내 말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것이 훨씬 빠른 길임을 배워 가고 있다.

내가 쓰는 글도 날카로워서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품으며 상처를 싸매주기를 바란다.

이것이 내가 ‘동그라미 원’을 나의 정체성으로 삼으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부분 나에 대한 첫인상은 부드러워 보이고, 약해 보이고, 어디 가면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다 보면 그곳에서 항상 리더를 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이 시대에 강하고 능력이 뛰어난 리더는 많지만, 잘 품어 하나가 되게 하는 리더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도 모나지 않은 동그라미에 모나고 강한 사람도 잘 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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