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그라미 원 May 14. 2024

내 기록도 역사가 될 수 있다


내 기록도 역사가 될 수 있다



나의 일상이 한없이 보잘것없고 무가치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더구나 때로 실직을 당하거나 실패로 인해 더욱 자신이 초라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그 일상도 엄연히 역사의 한 부분이다.

이순신 장군의 임진왜란이나 조선왕조실록만이 역사가 아니다.

대하드라마나 사극을 보면 왕과 그 주변 사람들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힘겹게 살아가던 모든 백성들의 삶도 역사의 일부이다.



아무리 찬란한 문명을 이루었던 제국도 그들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지 않으면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고 잊히기 쉽다.

그러나 고통과 아픔이 많은 시간도 잘 정리되어 기록되어 있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록은 결국 역사가 된다.

우리로 하여금 무거운 감동을 주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안네의 일기는 히틀러의 유대인 탄압 기간 동안 은신처에 머물며 지낼 때 쓴 개인의 일기다.

만일 그녀의 일기가 없었다면 그 시간들이 얼마나 끔찍하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인지 후대는 잘 몰랐을 수 있다.

그러나 너무도 아프고 고통스러운 시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던 한 소녀의 기록은 오늘날 후대에게 끔찍한 역사의 참상을 가장 생생히 증언한다.



우리 각자도 급변하는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물론 우리는 그 어느 시대와 비교할 수 없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내가 이 시대를 통과하며 느끼고 체험한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도 홍수가 모든 것을 쓸어가듯 의미 없이 쓸려갈 수도 있다.

그러나 황폐한 땅에 영롱한 꽃 한 송이처럼 누군가의 마음과 눈가를 적실 담담한 기록을 꾸준히 남기면 그 또한 역사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국내 1호 기록학자이자 현 국가기록관리제도의 틀을 만든 김익한 한국국가기록연구원장은 그의 책 『거인의 노트』(다산북스)에서 “비록 지금의 내가 난쟁이일지라도 매일의 기록이 쌓이면 우리는 그 위에서 더 멀리 보고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다”며 일상 속에서 일어난 사건과 생각, 독서, 대화 등을 숨 쉬듯 기록하라고 권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잘 포장된 기록만이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거칠게 흐르는 강물 같은 세상의 흐름 한가운데 서서 겪은 아픔을 덤덤하고 진솔하게 고백한 기록이 더 소중한 역사적 가치를 지닐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색하고 기록해야 한다.

각색하고 편집하고 포장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시대 가운데서 살아가는 내 인생을 조망하여 기록하면 된다.

내가 산 오늘이 백 년, 이백 년 후에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기 시작한다.

기록된 진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로 빛나는 역사가 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그라미 원’을 정체성으로 삼으려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