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그라미 원 Jun 04. 2024

글쓰기가 내게 주는 여유


글쓰기가 내게 주는 여유



오늘도 컴퓨터 화면에 한글을 열고 새 창을 띄워 흰 화면을 마주 대한다.

흰 화면은 말없이 나의 손이 움직여 자판을 두드리기를 기다려 준다.

너무도 빠르고 바쁘게 지나가는 세상에서 누구도 나를 여유롭게 기다려 주지 않는다.

커피숍에 가서도 주문을 할 때 미리 마음에 결정을 하고 주문을 하지 않으면 민폐처럼 느껴진다.

운전을 하면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깜빡하고 조금이라도 늦게 출발하면 여지없이 불편한 경적이 울린다.

누군가를 만나 대화를 할 때도 먼저 내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표현할 여유를 갖기 쉽지 않다.           



글을 쓰면서 가장 좋은 것은 화면이 나를 기다려 주는 여유다.

내가 생각을 정리하느라 멈춰 있는다고 경고장이나 경고음으로 나를 압박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린다.

마감 시간까지 기사를 보내야 하는 기자는 스스로 압박을 느끼겠지만 아직 그럴 일도 없이 내 글을 쓴다.

글을 쓰는 시간은 너무도 분주한 삶의 쳇바퀴 가운데 나만의 가다듬을 여유를 가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일부러 조용한 마음에 여유를 주는 음악을 조용히 틀고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그 분위기 자체를 즐긴다.        

  

아마도 전쟁 같은 인생을 살면서 글을 쓸 때도 전투적인 마음으로 쓰는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글을 쓸 때는 그렇게 전투적인 마음가짐이나 자세로 쓰고 싶지는 않다.

어떤 작가의 글은 편안한 휴식처럼 다가오는 글이 있는가 하면, 읽는 내내 마음을 졸이게 하는 글도 있다.

아마 작가의 마음의 상태에 따라 읽는 독자에게 전해지는 느낌도 달라지게 될 것이다.

나는 글을 쓰며 내 마음이 차분해지고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되는 것과 같은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란다.       


   

노트를 사용할 때도 아무 줄도 없는 무지의 얇은 노트를 생각을 정리하는 묵상 노트로 사용한다.

새로운 노트를 사서 첫장을 열고 펜을 들고 앉으면 마음이 설레이곤 했다.

천 원짜리 얇은 노트라도 거기에 내 생각들을 적기 시작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아끼는 소장품이 된다.

그래서 혼란스럽고 어려운 문제가 많을수록 하얀 여백 앞에 앉아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려고 한다.

글을 쓰는 시간은 누군가와 함께 할 시간이 아니고, 나와 마주 앉아 외모가 아닌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삶의 여유는 절대 사치가 아니다.  

우리가 살면서 너무도 분주히 속도에 휩쓸려 살다 보면 여유가 없고 방향을 잃어버리기 쉽다.

또 살면서 여유가 없다 보면 나와 마주하지도 못한 채 ‘내가 아닌 듯한 인생’을 살기도 한다.

하지만 매일 살면서 글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을 하다 보면 속도는 조금 느려질 수 있다.

글을 쓰는 시간에 누리는 여유가 방향을 놓치지 않고 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나와 마주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누리게 된다.

오늘도 빈 화면이 나를 조용히 기다려 주는 여유를 음미하며 글을 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기록도 역사가 될 수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