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끝나는 날을 생각하며 사는 것

by 동그라미 원



끝나는 날을 생각하며 사는 것



모든 것에 시작이 있고 또한 끝이 있다.

새해가 시작되거나, 새로운 출발을 할 때 새로운 결단과 결심을 하곤 한다.

하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그러한 결심이 용두사미로 끝나고 쉽게 매너리즘에 빠진다.

병들어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의사가 되려고 있던 결심, 억울하게 고통을 당하는 이들을 도우려는 마음에 변호사가 되려고 했던 결단도 어느새 희미해지고 방향을 잃고 더 많이 벌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잘 시작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끝나는 날을 생각하며 사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맡았던 직책이나 역할이 끝나는 날이 있고, 결국 각자의 인생이 끝나는 날이 있다.

나에게는 그 끝나는 날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며 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예전에 이문열 작가의 소설 가운데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었다.

날개가 있지만 날아오를 수 있는 높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끝없이 높이 오르려는 경우를 본다.

정치인인 든, 엄청난 부와 인기를 가지고 있든, 결국 맞이할 끝 날을 준비하지 않고 계속 높이만 오르려 하면 결국 추락하게 될 것이다.



끝나는 날을 생각하며 사는 것은 왜 필요한가?


첫째로, 끝나는 날을 생각하며 살다 보면 겸손해지게 된다.

내가 겸손한지와 상관없이 무례하고 교만한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자신의 날이 계속될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의 특징은 입장을 바꿔 생각하지 못하고, 때문에 사람들에게 무례하거나 군림하려는 말과 태도로 상처를 주기도 쉽다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이카루스의 날개’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제 아무리 잘나고 많은 것을 가진 것 같아도 결국 자신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끝나는 날을 생각하며 산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분수에 맞게 산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둘째로, 끝나는 날을 생각하며 살면 진짜 소중한 것의 가치를 알게 된다.

젊은 날 무언가에 열광하고 몰입했었는데 나이가 들어서보면 너무 부질없는 것이었다고 느끼는 것들이 있다.

병으로 인해 머잖아 죽을 수도 있겠다는 시간을 겪고 보면 ‘왜 헛된 것에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살았나?’ 후회가 들기도 한다.

오늘 나의 모습은 내가 하던 그 직책이나 역할이 끝나는 날, 아무 후회가 없겠는가?

혹은 지금 이대로 살다 보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 되었을 때 후회가 없겠는가?

이것을 진지하게 사색하며 자신을 돌아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소중하게 여기던 가치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어떤 일을 아무리 결단을 해도 마음에 우선순위의 가치가 바뀌지 않으면 그것을 결심만으로 지속하기 힘들다.

끝나는 날을 기억하며 살게 되면 진짜 소중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되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병치레를 많이 하면서 나의 연약한 한계를 돌아보게 된 것은 오히려 축복이다.

부모님의 암, 아내의 암, 나도 죽을 고비도 넘기게 되면서 나에게 주어진 ‘오늘’의 소중함이 감사하다.

또한 내 인생에 선물과도 같은 가족과 소중한 관계들을 더 귀하게 여기게 된다.

살면서 한계와 마지막 날을 돌아볼 계기는 빨리 잊어버리고 싶은 고통이 아니라 삶에게 주어진 축복이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남은 날을 더 소중한 것에 집중하며 살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끝나는 날을 생각하며 사는 것, 그것은 두려움과 고통이 아니라 우리를 지혜롭게 하는 축복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시간을 시계보다는 소중히 여기는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