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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Mar 04. 2024

다시 전학 가서 새 학기 맞이하듯


다시 전학 가서 새 학기 맞이하듯



학창 시절 3월의 시작은 항상 새로운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새로운 설렘이란 새 학년이 되면서 만나게 될 친구나 담임 선생님이 누구일지에 대한 기대이다.

그러나 두려움이란 많은 전학으로 인해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오는 불편함과 긴장감이다.



초등학교 입학은 부산에서였고, 초등학교 1학년 2학기와 2학년 1학기는 서울에서 다녔다.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 2학기는 대전에서, 그리고 3학년은 서울로 전학을 하였다.

마지막 4~6학년까지는 3학년에 다녔던 학교와 다른 학교에서 다녀 초등학교만 5군데를 다녔다.

아버지가 군인도 아니셨지만 직장에서 지방으로 발령이 날 때마다 가족이 다 같이 움직인 결과이다.

초등학교 마지막 3년은 한 곳에서 다녀서 친구가 생겼었다.

그런데 중학교는 또 엉뚱한 곳으로 배정되어 아는 친구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다시 이사를 가게 되어서 전혀 아는 친구가 없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이렇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다시 시작하는 상황은 인생 내내 이어졌다.

대학 졸업 후 전공 관련된 직장에서 3년을 일 하긴 헀지만, 이후 아버지 사업을 돕느라 전혀 분야가 달라졌다.

그 이후에 다시 라오스라는 나라, 또 전혀 다른 중동에서의 시간들 모두 새로운 도전의 시간이었다.

어려서부터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해야 하는 것은 마치 숙명과 같았다.



오랜만에 3월의 개학일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설렘과 두려움과 마주한다.

오늘부터 새로운 일을 하는 곳에서 아침 7시부터 내내 라디오를 틀어놔 듣는데 프로그램마다 신학기에 관한 사연들이 가득하다.

처음 초등학교 입학을 하는 자녀를 둔 엄마의 사연, 새 학기를 맞으며 밤새 잠을 잘 못 잤다는 선생님의 사연,

겨울 방학 내내 바빴던 학교 행정실에서 일하는 직원이 오히려 새 학기가 되면 조금 여유가 생긴다는 사연도 있었다. 

어떤 삼 남매의 엄마는 아이들이 개학을 하니 엄마의 방학이라는 사연도 있었다.

이런 사연들을 듣다 보니 새 학기 개학일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마음이 설렌다. 



작년 하반기부터 여러 가지 새로운 분야에 대한 준비를 하다가 오늘부터 장애인 활동 보조사를 하게 된다.

평생 운전 면허증 밖에 없던 내가 지난 몇 달 사이 자격증 3개를 취득했고, 4개째 도전 중이다.

3월은 많은 사람들이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계절이고, 나에게도 다시 그런 시간이 되었다.

오랜만에 다시 새로운 곳에 전학을 가서 새 학기를 맞는 것 같은 설렘을 느껴본다.



이제 백세시대라고 말하는 때에 은퇴는 노년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시간이다.

나이가 들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또 설레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은 설렘이지만 이제 곧 이러한 도전이 나에게 새로운 자신감이 될 것이다. 

오늘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 여러 신학기 사연을 들으며 긴장할 만한 첫날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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