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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Mar 12. 2024

아날로그 세상에 대한 추억


아날로그 세상에 대한 추억          



초등학교 시절 TV는 화면 조정 방송이 나오다가 애국가가 나오면서 시작이 되었다.

우리 집에는 나와 여동생 둘이 있었는데 나는 특히 5살 차이 막내 여동생과 언제나 경쟁을 하였다. 

우리의 규칙은 애국가 시작하는 시점에 가장 먼저 TV를 튼 사람이 채널을 선택할 권리가 있었다.

보통 TV가 시작하면 주로 어린이 만화를 하는데 나와 여동생은 보고 싶은 만화가 다른 경우가 많았다.

바로 밑 2살 차이 여동생은 이 경쟁에 낀 적이 거의 없다. 언제나 양보하는 성격이다.          



내가 즐겨보는 만화는 ‘마징가’와 같이 주로 우리 편 로봇이 악당을 물리치는 만화들이다.

하지만 동생이 주로 보는 만화는 ‘요술공주 세리’와 같이 소녀 취향의 만화들이었다.

물론 ‘말괄량이 삐삐’나 ‘부리부리 박사’와 같이 같이 재미있게 본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많았다.          


돌아보면 그 시절에는 아이들이 영상이나 게임 등에 중독될 일이 없었다.

지금처럼 24시간 영상을 볼 수 있고, 언제나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TV를 시작하면서 30분이나 한 시간 만화를 보고 나면 그 외에 시간은 주로 밖에 나가서 놀기 바빴다.          



이지성 작가의 책 〈에이트〉에서 보면 실리콘 밸리 IT기업 거부들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를 소개한다.

현재 이곳에는 30여 명의 아이들이 인공지능 시대의 최고 리더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집에서도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도 아이들에게 초등학교 때까지는 컴퓨터 사용법이나 디지털 교육을 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는 상상력, 관찰하고 생각하는 능력, 도구가 없어도 창조적으로 놀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우리의 조기 교육의 방향은 이 시대의 리더를 키우는 방향과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최근에 어린아이들이 동영상 시청을 많이 할 때 전두엽 발달에 문제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들을 보게 된다.

전두엽은 무언가를 보고 경험할 때 그 너머의 것을 보고 유추하는 능력이 길러지는 곳이다.

기억력, 사고력, 추리, 판단계획, 운동, 감정, 문제해결 등을 주관하는 뇌의 기관이다.

전두엽에 문제가 생기면 감정 조절, 행동 조절, 의사결정, 문제해결, 판단력과 인내력 등에 문제가 생긴다.

최근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장애가 늘어나는데 이 또한 전두엽 발달이 지연되어 발생하는 장애다. 

스마트폰, 게임 중독증 등으로 인해 전두엽 손상의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살고 있다.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은 디지털 세상에 살지만 아날로그 세상에 대한 추억이다.

세상에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자녀 교육에 디지털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돌아봐야 한다.

어린 시절 겨우 TV에서 나오는 만화 한편 보고 나머지 시간은 도구도 없이 흙바닥에서 땅따먹기 하던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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