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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Apr 03. 2024

썰렁한 아재개그에 진심


썰렁한 아재개그에 진심


나무위키에 아재개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말 그대로 아재가 하는 개그이다. 현재는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이 실도 없고 바늘도 없는 농담, 조금 썰렁한(?) 웃긴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의미가 확장되었다.



나는 자칭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있는 썰렁 아재개그맨이다.

내가 주로 하는 아재개그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나는 '너구리' 라면은 맛있는데 '너구리'라는 이름이 마음에 안 든다. 나는 '금'인데 왜 '너 구리'라고 하나?

누군가 아이폰 자랑을 하면 '난 아이폰 말고 어른폰 써'라고 한다.

예전에 지하철 타려고 기다리다가 벽에 붙은 치킨 브랜드 광고 문구를 보고 혼자 웃었다.

광고 문구는 <So Good>이었는데 혼자 생각에 '왜 닭집에서 소를 굿이라고 하지?'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왜 이모티콘은 그렇게 많은데 삼촌티콘이나 고모티콘은 없지?"

어제는 교회에서 초등학생에게 쑥떡을 주면서 이거 먹고 "쑥쑥 커라."라고 썰렁한 말을 했다.



중동의 두바이에 있을 때는 이런 농담을 했었다.

그곳은 워낙 더운 곳이어서 대부분의 외식아나 생활을 커다란 몰 중심으로 한다.

그래서 거기서는 어느 몰에 가면 무엇이 있는지를 잘 아는 것을 '몰상식'이라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 약속을 몰에서 하는데 약속에 늦으면 '몰지각'한 거다.

나의 아재 콘텐츠는 주로 이런 것이다.



젊어서 언젠가부터 나름대로 철학을 가지고 개그 콘텐츠를 바꾸었다.

많은 경우 개그의 소재가 남을 비하하거나 음담패설을 하는데 그런 것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내는 내가 사람들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머 죄송해요."라고 자기가 사과를 한다.

그러나 너구리나 이모티콘을 가지고 농담을 해도 너구리가 상처받을 일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30년 전부터 주로 이런 농담을 했으니 자칭 아재 개그의 원조격이다.



이런 류의 개그를 위해서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이런 개그를 할 때는 자기만족으로 해야지 다른 사람의 반응에 신경 쓰면 서로 힘들어진다.

나는 어쩌다 사람들이 크게 반응하면서 웃으면 내가 당황스럽기도 하다.

왜냐하면 30년 동안 아내의 무반응에도 상관없이 꾸준히 자기만족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너무 심각하고 진지한 것보다는 개그나 농담을 할 여유가 있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농담이 썰렁하기는 해도 일단 어색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재미있어 웃던 기가 막혀서 웃던 분위기가 더 경직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썰렁맨으로 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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