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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May 27. 2024

결혼 30주년에 물회 한 그릇



결혼 30주년에 물회 한 그릇          



결혼기념일은 남자에게 있어서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날이다.

혹시라도 생일은 잊을지라도 결혼기념일은 꼭 기억하여 챙겨야 하는 날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장 중요한 관계는 자녀보다도, 부모보다도 부부관계인 것을 새삼 느낀다.          



결혼 20주년에는 10년 뒤인 결혼 30주년은 더 근사하게 보내야겠다는 마음에 구상을 했었다.

결혼 1주년에는 홍콩, 결혼 5주년에는 처형이 유학 중이던 파리를 다녀왔었다.

결혼 10주년에는 파라과이를 갈 기회에 가족이 함께 가서 이구아수 폭포에 가서 10주년을 자축했었다.

결혼 20주년은 두바이에 가서 살고 있을 때여서 두바이에 있는 호텔 뷔페를 갔었다.



그런데 일단 결혼 30주년 당일은 너무 정신이 없어 선물은커녕 꽃다발도 챙기지 못했다.          

결혼 30주년 기념일인 어제는 살면서 역대급의 정신이 없이 바쁜 하루였다.

하루 종일 교회에서 섬기다가 들어오니 이미 저녁 7시가 넘고 비도 오고 해서 치킨을 배달시켜 먹었다.

하루가 지나 점심에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인천 공항 근처 을왕리에 물회집을 찾아갔다.

집에서 인천 공항이 30분 정도면 갈 수 있기 때문에 가끔 바람을 쐬러 을왕리에 가곤 한다.



물회와 함께 해물 칼국수를 함께 시켜서 먹으니 찬 물회와 따듯한 칼국수 국물이 보완이 되었다.

전에도 아들과 셋이 간 적이 있던 물회 집인데 비싼 음식은 아니어도 기분도 시원해졌다.

식사를 마치고는 바로 옆 을왕리 해변에 가서 피크닉 의자를 펴 놓고 한 시간 정도 여유를 즐기다 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서로 이벤트보다는 실속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그래도 다행이다.          



20년과 30년 사이에 두 번의 암 투병을 잘 이기고 다시 건강하게 30주년을 맞은 것 자체가 가장 큰 선물이다.

지금은 서로 반나절 정도밖에 여유가 없어서 여름에 잠시 아들이 사는 인도네시아에 다녀올 예정이다.

결혼 30주년 이벤트는 잠시 여름으로 유보하고 오늘은 시원하게 물회 한 그릇으로 기념했다.

나이가 동갑이어서 두 번째 만날 때부터 말을 놓고 친구처럼 지낸 지 30년이 되었다.

오히려 결혼 초에는 이벤트가 더 중요했지만 이제는 물회 한 그릇이라도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 감사하다.

적어도 50주년까지는 서로가 더욱 소중한 친구처럼 지낼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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