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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Aug 05. 2024

작은 에어컨 한 대의 고마움


작은 에어컨 한 대의 고마움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말레이시아 체러팅이란 곳으로 갔었다.

해외를 여러 곳 다녔어도 동남아는 처음이었다. 

공항 밖으로 나가면서 순간적으로 한증막 사우나에 들어간 것 같은 습하고 더운 바람이 기억이 난다.          



2004년에서 2년 정도는 캄보디아에를 10번 정도 가게 되었고, 2006년부터 4년 간은 라오스에서 살았다.

캄보디아는 한국 정부 차관으로 카보디아에 세워진 국립기술대학 설립 프로젝트를 돕는 일이었고,

라오스에는 역시 한국 정부 차관으로 세워진 국립대학에 교수 역할로 4년을 가 있었다.



라오스에 있을 때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한곤 했다.

“여기서는 한국과 달리 머리를 쓰고 나면 몸을 못쓰겠고, 몸을 쓰고 나면 머리를 못쓰겠다.”

습하고 덥기 때문에 그만큼 한국에서보다 활동량이 떨어지고 쉽게 지친다는 것이었다.          

이번 여름 장마 때는 첫 신혼여행 때 느꼈던 사우나와 같은 느낌과 라오스에서의 동남아 더위 느낌이 난다.

그만큼 지치기 쉽고 건강과 체력관리도 쉽지 않은 동남아와 같은 여름을 나고 있다.



지난주 휴가에 아들 가족을 만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잠시 다녀왔다.

그런데 적도 근처인 인도네시아가 차라리 덜 더웠다.

이제 한국의 여름도 점점 동남아와 같이 변해가는 느낌이다.    

여름이 더운 적은 많아도 이번 여름처럼 장마가 길게 습하고 찜통 같은 느낌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집이 크지 않아 거실에 작은 벽걸이 에어컨 한 대로 여름을 날만 하다.

에어컨을 설치할 때 이거 한 대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했었지만 벌써 7년째 이 에어컨으로 여름을 나고 있다.

에어컨을 26도 정도로 해 놓고 방에 선풍기를 틀고는 적어도 집에서는 습하거나 덥지 않게 여름을 나고 있다.

평소에 2만 원 대 정도 나오는 전기료가 에어컨을 틀어도 3만 원 대이니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그 어느 여름보다 작은 에어컨 한 대가 고맙고 가성비에 만족하며 여름을 나고 있다.

보통 아무리 덥던 여름도 광복절을 지나고 나면 아침저녁으로는 조금씩 선선해지니 이제 열흘만 잘 견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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