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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역꾸역 해내다 보면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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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역꾸역 해내다 보면



다재다능하다고 하지만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있다.

내가 그런 편에 속한다. 다 조금씩은 해도 특히 잘하는 것은 없다.

차라리 무언가 특별히 잘하는 사람은 조직에서도 그 사람의 역할이 명확하다.

그런데 이것저것 어느 정도 하는 사람은 역할이 명확하지 않은 채 약방의 감초같이 여겨진다.

한약에 감초를 넣는 경우가 많아 한약방에 감초가 반드시 있다고 해서, ‘약방에 감초’라고 한다.

이것은 어떤 일에도 필요한 것 같기도 하지만, 명확한 역할이 없는 사람에 비유할 수 있다.



조직도 큰 조직이나 체계가 잡힌 조직은 자기 역할이 명확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작은 조직에서는 역할이 명확하지 않은 채 어려 일을 해야 할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어디에서든 끝까지 살아남고 필요한 사람은 단순히 특별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그 조직에 그런 역할의 사람이 필요 없어지면 역할을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역할도 처음부터 잘하지는 못해도 꾸역꾸역 일이 되게 해내는 사람이 있다.



그저께 저녁에 400명 정도 모이는 적잖은 외부 행사 진행을 돕는 일을 맡았다.

방송이나 음향 전문가도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도왔고 행사도 잘 마무리되었다.

끝나고 진행 측 스텝이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내 늦게까지 한 수고에 보람을 느꼈다.

‘너무너무 감사하고 오늘 너무 감동의 섬김을 느꼈습니다. 오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최근에 평소 하던 일이 아닌 일들을 도울 일들이 생기는데 꾸역꾸역 해내고 있다.

이렇게 해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게 내 실력이 되고, 내 역할이 될 것이다.



보여줄 수 있는 스펙이나 능력을 갖추는 일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보이는 스펙이 있어도 실제 일을 해낼 능력이 없으면 결국 무용지물이다.

드러내고 보여줄 스펙은 부족해도 있는 자리에서 일을 맡기면 꾸역꾸역 해내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화려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아도 시간이 지날수록 필요한 사람이 된다.

거북이의 꾸준함이 훨씬 잘 달리는 토끼를 이기는 때도 있지 않은가?

어차피 특별히 잘하는 것은 없으니 꾸역꾸역 해내서 필요한 사람이 되고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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