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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 산다는 것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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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픽사베이


부모로 산다는 것



어느덧 살다 보니 자녀로 산 날보다 부모로 산 날이 길다.

여전히 자녀여서 이제는 연로하신 부모님을 잘 섬겨야 할 책임도 있다.

부모에게는 자녀가 잘 자라기를 바라는 기대와, 자녀를 잘 양육해야 하는 숭고한 책임이 있다.

그러나 많은 부모에게는 자녀가 자신들의 기대에 어긋난 아픔과, 잘 키우지 못한 죄책감과 같은 것이 있다.


자녀 교육에 전문가는 아니라도 자녀를 키워 본 사람은 자녀 교육에 대해 한 마디쯤은 할 수 있다.

요즘 부모들은 어려서부터 자녀를 더 좋은 학교를 보내기 위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자녀의 인성과 지혜의 교육은 부모 교육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는 경우가 많다.

부모의 입에서 “너는 나처럼 살지 마.”라거나, “너는 아빠처럼 살지 마.”라는 말이 나오는 건 비극이다.

사실 자녀 교육의 기초는 부모가 본을 보여주는 교육인데 보고 배울 것이 없게 해서는 안된다.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하는 자녀는 집에 책이 많고 부모가 책을 많이 읽는 습관을 가진 경우가 많다.

미국 메이저 리그에 가서도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는 이정후 선수는 전설적인 이종범 선수의 아들이다.

운동선수의 자녀가 부모 이상의 운동선수가 되는 경우가 많고, 음악가도 그런 경우가 많다.

그런 피를 물려받아서가 아니라, 어려서부터 집에서 부모로부터 운동이나 음악의 환경에 노출된 이유도 크다.


부모가 자녀에게 본이 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부부 관계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라는 말이 있지만, 자녀들에게 부부 갈등은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자녀가 어려서부터 부부 갈등으로 자주 큰소리를 내거나, 결국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 자녀가 받은 상처는 씻기 힘들다.

서로 다른 인격이 만난 부부가 차이와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자녀에게 본이 되는 의미에서 갈등을 잘 극복하고 화목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최고의 자녀 교육이다.



요즘은 부부여도 내가 더 중요하고, 부모여도 자녀보다 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상처나 힘든 감정을 정당한 훈육이 아닌 자녀에게 투사하는 것은 자녀를 엇나가게 하는 지름길이다.

자녀는 내 감정받이가 아니고, 자녀는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그의 삶을 통해 이뤄내야 하는 도구가 아니다.

자녀는 내가 잘 보호하고 양육하여 건강한 세상의 일원이 되게 해야 할 귀한 손님이고 부모는 청지기이다.

나에게 내 인생이 중요하다면 어린 자녀라도 그들 스스로 인생이 중요하고 귀하게 존중을 받아야 한다.


1등만 하던 중학생이 처음 2등을 했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소식은 너무 마음이 아프다.

자녀가 잘 자라기를 부담을 느낄 만큼 과도한 기대를 할 것이 아니라, 부모 역할은 최선을 다해 본을 보이는 것이다.

좋은 학교, 비싼 학원을 보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실패해도 그것을 극복하는 본을 보이는 것이다.

그것은 절대 일류 학교에서나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수나 실패를 안 하려고 발버둥 치는 인생이 아니라, 실패해도 그것을 교훈 삼아 다시 일어날 힘을 가진 인생에 결국 바르게 살고 성공하는 인생이 된다.



지금까지 살면서 단번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많은 실패에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며 여기까지 왔다.

내 자녀도 살면서 성공만 아닌 실패를 경험할 것이고, 그 실패를 발판 삼아 일어나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괜찮아, 다시 하면 돼.”라고 격려하며 실패할 때 그렇게 다시 일어나는 본을 보이는 부모로 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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