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좋아해서 고기를 자주 먹지만 이제는 고기를 잘 구워 먹지는 않는다.
구워 먹을 때도 삼겹살은 가끔 먹어도 마블링 한우를 양껏 구워 먹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가끔 갈빗살이나 채끝등심을 식당에 가서 먹기는 하지만 소위 투뿔(1++) 한우를 내 돈을 내고 먹은 기억은 아득하다.
아내는 고기를 즐겨 먹지 않는 데다가 마블링이 가득한 고기는 기름지다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마블링이 가득한 한우를 구워 먹을 기회는 좀처럼 없었다.
그런데 오늘 너무도 오랜만에 마블링 꽃이 핀 투뿔(1++) 한우로만 배를 채웠다.
이번 한 주 여러 일들이 겹치면서 많이 지친 채 집에 왔는데 뜻밖에 택배가 와 있었다.
화요일에는 갑자기 결정된 행사로 인해 밤 11시가 되어서야 정리까지 마치고 녹초가 되어 집에 왔다.
목요일에는 갑작스러운 지인의 자녀 장례로 인해 삼일 내내 장례식장을 오가며 3일간 운전을 11시간 정도 했다.
‘고기라도 구워 먹어야지.’ 생각을 하고 오는 길에 아내에게 전화를 하니 삼겹살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집에 와보니 한우 선물 세트가 택배로 와 있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아는 분이 선물로 한우 선물 세트를 보내주셨는데 온통 마블링이다.
마블링 꽃이 핀 한우를 내 돈을 내고 사 먹을 일은 없어도 선물로 보내주신 신선한 고기는 바로 먹어야 제맛 아닌가?
전기로 고기를 구워 먹는 그릴을 꺼내고 소금과 고추냉이만 준비했다.
이런 고기를 상추와 같은 쌈에 싸서 먹는 건 고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투뿔(1++) 한우는 소금을 살짝 찍어서 위에 고추냉이를 조금 얹어 먹어주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이런 고기는 한꺼번에 구워 놓고 먹기보다, 한 점씩 구워서 바로 먹어주는 것이 예의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이 정도의 한우 세트를 직접 사서 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뜻밖에 선물로 인해 다른 반찬으로 나머지를 채울 필요 없이 고기만으로 충분했다.
아무 반찬도 없이 마블링 투뿔(1++) 한우로만 배를 채운 기억에 남을 만한 날이다.
오늘 한우는 단순히 한 끼 식사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귀하게 환대를 받은 마음이다.
선물을 보내주신 분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 한 주간에 피로가 다 날라다고 새로운 힘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