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결혼기념일에 장어덮밥

by 동그라미 원
KakaoTalk_20250527_160341622.jpg
KakaoTalk_20250527_160341622_01.jpg


결혼기념일에 장어덮밥



라면을 아무리 정성스럽게 끓여도 그 라면이 깊은 맛을 내기는 어렵다.

또한 혀끝을 자극하는 맛이기는 해도, 라면이 스태미나 건강식이 되지는 않는다.

전통 장어 덮밥인 히츠마부시는 보기만 해도 힘이 나는 듯하고, 먹고 나면 지쳐가던 체력이 보충되는 듯하다.

히츠마부시는 일본 나고야 지역에서 유래한 전통 장어 요리로, 장어를 잘게 썰어 밥 위에 올리고 특제 소스를 더해 먹는 방식이다.



어제 결혼 31주년을 맞아 아내와 무엇을 함께 먹을까 찾아보다가 파주에 히츠마부시 장어 덮밥집을 찾아갔다.

식당의 이름이 ‘만리어소’였는데 ‘만리어’는 장어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이는 장어가 바다와 강을 오가며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을 보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아내가 암 수술 후 항암을 이겨내는 과정에서도 장어구이를 종종 먹고 체력을 보충하곤 했다.

점심 특선인 ‘장어 덮밥 세트’는 하루 10세트만 준비하는데, 도착하니 두 번째 손님이어서 주문이 가능했다.


장어 덮밥을 위한 장어는 숯에서 초벌구이를 한 후, 다시 찌고 그 후에 식히면서 숙성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약한 숯불에서 비법 특제 소스를 30분마다 바르며 천천히 굽는 정성을 통해 깊은 맛이 완성된다.

그렇게 구운 장어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자그마한 나무 밥통인 오히츠(お櫃)에 밥 위에 얹어 나온다.

평소에도 가스동이나 규동과 같은 일식 덮밥을 자주 먹는 편이나 장어 덮밥은 거의 먹은 적이 없다.

하지만 결혼기념일에 아내에게 잘하는 것은 다시 내년까지 1년을 좌우하기에 오랜만에 장어 덮밥을 먹었다.


장어(長魚)는 긴 물고기라는 뜻이 있으니 30년 넘게 함께 살아온 부부의 결혼기념일에 어울리는 메뉴다.

또한 그 시간 동안 두 번의 암을 잘 이겨내고 다시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온 아내가 더 건강하기를 바라는 메뉴이기도 하다.

이제는 결혼기념일에 거창한 목표나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서로 건강하게, 그리고 서로 화목하게 식사 한 끼 하는 것이 축복으로 여겨진다.

장어덮밥을 먹으며 장어가 밀물과 썰물의 차를 이기고, 거친 환경도 헤치고 살아남듯이 또 한 해도 함께 잘 이겨나갈 힘을 얻는다.



#히츠마부시

#장어덮밥

#만리어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우로만 배를 채우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