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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만족스럽지 않은가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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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만족스럽지 않은가



각자에게 만족의 기준은 다르다.

음식에 있어서도 어떤 사람은 최고급 호텔 뷔페에서도 불만일 테고, 누군가는 분식집을 나서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적어도 혼자 집에서 한 끼를 해결할 때는 만족의 기준을 높여 잡지 않는다.

오늘은 오랜만에 쉬는 날 다른 일정 없이 집에서 쉬었다.

산책이라도 하려고 알아본 곳은 다 오늘 휴무인 데다 갑자기 동남아 스콜 같은 비가 와서 집에 있기로 했다.

점심은 아내가 차려줘서 함께 먹었는데 저녁은 아내가 일을 다녀와야 해서 이런 날은 혼자 해결하곤 한다.

최근에는 쉬는 날에도 일정이 많아서 집에서 여유 있게 쉴 날이 거의 없었지만 오늘은 작정하고 집에 있었다.


저녁에 무얼 먹을까 찾아보니 아내가 사다 논 ‘꽃게 라면’이 있다.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은 것도 꽤 오랜만인데 오늘 저녁은 라면으로 정했다.

라면을 끓여 먹어도 다른 부재료 없이 라면만 끓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늘은 ‘꽃게 라면’을 먹기 위해 잠시 슈퍼에 가서 ‘게맛살’을 사 왔다.

‘꽃게 라면’에 꽃게 맛은 조금 나겠지만 게 살이 들어 있지는 않으니 아쉽지 않은가?



냄비에 아내가 고깃국을 끓이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고기 육수가 있어 물과 반반 섞었다.

육수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썰어 놓은 파를 듬뿍 집어넣는다.

건더기 수프에 파가 조금 들어 있지만 보통은 따로 파를 준비해 넣어 먹는다.

면과 함께 게맛살을 듬뿍 넣고 날달걀 하나 얹으니 보기만 해도 푸짐한 느낌이다.

‘크랩’이라 이름 붙여진 맛살을 듬뿍 넣고 ‘꽃게 라면’을 끓이니 라면으로 한 끼 때우는 기분은 아니다.



오늘도 나는 마지못해 한 끼를 적당히 때운 것이 아니라, 나름의 요리를 해 먹은 거다.

그냥 나 자신을 위한 요리니 라면이라고 섭섭할 필요도 없고, 멋 부릴 이유도 없다.

어제저녁은 목살 구이를 실컷 먹었지만 그렇게 편한 자리는 아니었다.

점점 편한 사람들과 식사의 자리가 아니라면 차라리 혼자 먹는 게 훨씬 편해진다.

오늘 편안하게 집에서 내 스타일로 해 먹은 ‘꽃게 라면’ 한 끼면 만족스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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