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가 용왕의 심부름으로 육지로 왔다.
토끼를 꼬셔서 용궁에 데려가기 위해서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토끼를 만날 수 없었다.
호기롭게 토끼를 데려 오겠다고 육지에 왔지만 막상 “뭐라고 해서 데려가야 하나?”라는 마음이 들었다.
거기다가 거북이는 토끼에게 뻔뻔하게 거짓말할 자신이 없었다.
거북이는 용왕을 실망시키느니 차라리 용궁으로 돌아가지 말고 육지에 남아야 할지를 고민했다.
거북이가 바다를 떠나 한참 가다가 토끼를 만났다.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 토끼에게 솔직하게 사정을 얘기했다.
얘기를 들은 토끼는 기다리라고 하더니 어딘가 다녀와 거북이에게 약을 주었다.
토끼가 거북이에게 말했다.
"이거 용왕님께 갖다 드리면 내 간보다 훨씬 날 거야."
"토끼야 고마워, 근데 이게 무슨 약이야? 알아야 가서 설명을 하지."
"간 영양제야, 이게 내 간보다 효과가 좋아."
오히려 정직한 거북이 때문에 용왕은 병이 나았고, 오래오래 바다 세계를 다스렸다.
원래 별주부전에서는 토끼를 속여 용궁에 데려갔지만, 토끼도 결국 거짓말로 간을 내어주고 생명을 잃을 위기를 모면하고, 거북이와 용왕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한다.
별주부라는 이름의 거북이(자라)는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 간을 구해오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받고 육지로 가는 엄청난 충성심을 보여줘. 마치 "시키는 건 뭐든지 합니다!" 하는 맹목적 충성파다.
하지만 별주부는 당시 부패하고 무능한 권력(용왕)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중간 계층을 상징하기도 했다.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또 힘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
오히려 정직한 사람은 손해를 본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자기를 지키고 남을 이기기 위해 더 강해지려 한다.
정직은 이제 박물관에 유물처럼 여겨지고, 현실이 영화, 드라마보다 더 '누가 잘 속이나' 경쟁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정직과 진심이 사라진 사회는 결국 모두가 피해자고,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며 살 수밖에 없다.
꾀를 부리고 속여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는 세상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정직하고 진심으로 행할 때 오히려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유익한 세상이 되기를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