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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되지 않은 아픔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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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되지 않은 아픔



동병상련(同病相憐)은 "같은 병을 앓는 사람끼리 서로 가엾게 여긴다"는 뜻이다.

좀 더 확대하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이해하고 돕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변에 암을 비롯해 병치레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빨리 회복되기를 기도하게 된다.

어려서부터 병치레를 많이 하면서 그 과정이 나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임을 알기 때문이다.


일단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해서 40년 넘게 안경을 쓰고 있는 건 워낙 눈이 나빠 안경을 쓴 사람이 많기에 그냥 불편함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비후성 비염도 지금까지 수술을 세 번이나 했지만 40년 이상 고쳐지지 않아서 이제는 그냥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살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갑자기 허리 디스크가 찾아와서 중3 때까지 학교도 제대로 못 가고 장기간 병원 입원도 두 번이나 했다.

중학교 1학년 말에 축구하다가 부딪쳐서 넘어져 꼬리뼈를 다쳤었는데 그게 허리 디스크로 이어졌다.

병원 입원뿐 아니라, 대침, 벌침, 카이로 프라틱 치료 등 허리에 좋다는 많은 치료를 받았었다.

벌침은 한번 가면 5번 정도 벌에 쏘이는 것인데 그 통증이 너무 커서 허리 아픈 걸 잠시 잊었던 것 같다.


지금도 가끔 허리가 삐끗하면 며칠을 꼼짝하기 힘들고 통증 의학과에 가서 주사를 맞기도 한다.

주변에 허리 아프신 분들이 많은데 남들이 볼 때는 꾀병 같지만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젊어서 ‘뺀질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는데 허리가 안 좋으니 함께 힘쓰며 짐을 옮길 때 역할을 못해서 얻은 별명이다.

지금도 힘을 써야 하는 일은 쉽지 않아서 혹시 힘을 써야 할 때는 허리 복대를 차고 하기도 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맹장염으로 수술했는데 너무 오래 참다가 복막염이 될 위기도 있었다.

대학교 3학년 때는 캠핑을 갔다가 가스버너가 폭발하면서 다리에 물집이 크게 잡히는 화상을 입어서 그 해 여름에 화상 치료하면서 크게 고생을 했다.

화상의 경우 아플 때는 그래도 참겠는데 나아가면서 가렵기 시작할 때는 며칠을 잠을 자기도 어려웠다.

25년 전에는 두 번에 걸쳐 요로 결석이 와서 극심한 통증이 온 적이 있다.

그 통증은 마치 불로 지진 쇠꼬챙이로 배를 쑤시는 듯한 통증이었는데 한 번은 응급실에 가서 진통 주사를 맞는 몇 시간 내내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서 차라리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들만한 통증을 경험했다.

이러한 극심한 통증의 경험들로 인해 지금도 다쳐서 너무나 아파하는 사람을 보면 마음이 힘들다.



몸이든 마음이든 아픈 사람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무리 위로하고 싶어도 아픈 상대가 ‘당신이 지금 내 아픔을 어떻게 알아?’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어떤 질병이든 그로 인한 통증이든 대신 아파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런 아픔을 겪고 그 병을 이긴 사람은 지금 그 과정을 겪는 사람에 마음에 다가가기가 쉽다.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저 사람도 그런 아픔을 경험했었구나.’라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살면서 몸이나 마음에 아픔을 겪는 것은 잘 극복하면 절대 의미 없는 낭비가 아니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많은 아픔은 잘 이기고 나면 많은 아픔을 겪는 사람을 위로하고 도와줄 힘이 된다.

살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때 얻는 기쁨과 만족보다 내 삶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기쁨과 만족이 더 크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이유가 된다.

오늘도 내가 겪은 아픔이 누군가를 위로할 힘이 되기를 소망한다.



#동병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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