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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손 맛은 아니어도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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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손 맛은 어니여도



추석과 설, 명절은 언제나 어머니 손 맛의 시간이다.

세계적인 요리사 맛의 향연이 있어도 가족에게 최고의 요리는 어머니 손 맛 요리다.

지금은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고 평소에는 부모님 댁에 가서도 외식하는 경우가 많아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을 맛볼 기회가 많지는 않다.

부모님은 아버지가 75세에 미국으로 이민 가셨다가 10년을 미국에 사시고 4년 전에 돌아오셨다.

부모님이 한국에 오신 후에 명절에는 언제나 부모님 댁에 모여 식사를 했다.

그럴 때면 아내는 언제나 전을 담당해서 준비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어머니가 준비하셨다.



올해는 지난 토요일에 가족 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올해는 특별히 미국에 사는 동생이 토요일에 들어와 가족과 함께 명절을 보내게 되었다.

동생이 가끔 한국에 오기는 했지만 추석에 동생이 함께 지내게 된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다.

원래는 평소대로 아내가 각종 전을 준비하고 나머지는 어머니가 준비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추석을 앞두고 아버지가 감기 기운이 있으셔서 연휴 시작 전에 병원을 모시고 가야 했다.

토요일 새벽에 도착해 시차도 적응되지 않은 동생이 와서 음식 하는 걸 도울 수도 없었다.

그래서 갑자기 모임 날짜를 바꾸지는 않고 아내가 전과 토란국을 준비해 가고 요리 몇 가지를 중국집에 시키기로 했다.

어머니는 미리 준비해 놓으신 전복 구이와 샐러드를 준비하셨다.

또 갈비는 우리가 선물로 받은 갈비구이를 가지고 가서 구워 먹기로 했다.



부모님과 미국에서 온 동생, 그리고 아들 내외가 토요일 저녁에 한자리에 모였다.

사실 추석에 가족이 모일 때 요리 경연 대회를 하는 것도 아니고, 평소에 못 먹던 맛집을 찾는 것도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가족이 충분히 맛있게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즐겁게 담소 나누며 먹으면 되지 않는가?


결과는 대만족이다.

이제는 어머니도 팔순 중반이 넘으신 나이에 갈비찜을 하기 위해 1박 2일 동안 수고하지 않으셔도 된다.

아마도 아내는 명절이면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녹두전과 각종 전을 준비할 것이다.

명절에 어머니와 아내가 너무 많은 수고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명절에 기분 좋게 가족이 모일 수 있다.

이제 명절은 여자들만 평소보다 더 힘들게 음식 장만을 위해 수고해야 하는 시간이 아니다.

명절에 가족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는 건 너무도 귀한 시간이지만 누구에게도 명절 증후군이 없는 명절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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