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나를 배신했다.
일 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달이 10월이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기다린 건 10월의 화창한 가을 날씨다.
이번에 10월에 역대급 추석 연휴와 맞물리며 멀리는 못 가도 여기저기 많이 걸을 기대를 가졌다.
그런데 13일인 오늘까지 비가 오지 않고 화창한 날은 이틀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 날은 많든 적든 날은 흐리고 비가 오면서 쾌적하고 걷기 좋은 화창한 날씨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정도면 가을 장마나 '동남아 우기'라고 할만하다.
특히 추석 연휴 ‘많이 먹더라도 많이 걸으면 더 살이 찌지는 않겠지.’라는 기대도 충족할 수 없었다.
이번 주 일기 예보를 봐도 비와 구름의 콜라보일 뿐 해가 활짝 웃는 그림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어찌 2025년 10월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10월의 배신으로 인해 여느 10월과 다르게 책을 많이 읽게 된다.
평소에 한 달에 3~4권 정도의 책은 읽지만, 이번 달에는 이미 3권을 읽었고, 3권을 추가로 읽고 있다.
날씨가 산책을 어렵게 만든다고 그냥 하늘만 쳐다보고 있지 않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된다.
날씨가 나를 배신하면 나는 산책 대신 독서하고 글을 쓸 것이다.
역대급 연휴를 망친 비가 체중만 늘어나게 한건 아니다.
비가 그 치치 않는 10월에 얻는 것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