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가을이 점점 더 좋아진다.
그만큼 여름이 더 견디기 힘든 혹독한 시간이 된다는 반증이다.
허기가 질 때 반찬 한 조각만 먹어도 꿀맛처럼 느껴질 수 있듯이, 여름이 제발 빨리 끝나기를 바라도 그 끝자락이 밀당하듯 여름의 흔적을 남기다가 “아! 정말 가을이구나!”라는 반가운 마음이 드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오늘은 새벽부터 한낮에도 습도가 없는 상쾌한 공기와 푸른 하늘이 선물처럼 다가왔다.
3개월을 여름과 씨름하다가 이제 가을이 쓸쓸히 겨울에게 자리를 넘겨줄 시간은 겨우 2달 정도다.
오늘 오랜만에 아내와 점심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차가 잠시 신호에 걸린 사이 옆을 보니 그림 같은 풍경이다.
얼른 창문을 열고 사진을 찍고는 못내 아쉬워 일터에 돌아와 아직 남은 점심시간에 다시 사진 찍은 곳으로 가서 다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아마도 오십 대 중반이면 인생에도 가을쯤이라 가을이 더 좋을 걸까?
젊어서는 가을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었는데 그때는 인생이 봄이여 서가 아니었을까?
다시 그 자리에 가서 사진을 찍고 오면서 스스로도 웃음이 났다.
한 낯에 햇살을 따가워도 땀을 나지 않을 선선함이 이번 가을과의 만남을 설레게 한다.
올해 입추는 8월 7일이었으니 이제 절기는 개인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고 나에게는 오늘이 가을 시작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정말 반가운 마음으로 가을을 맞이하고 그 시간을 누릴 수 있을까?
몇 장의 사진으로 선물처럼 찾아온 가을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