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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가긴 갔는데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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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가긴 갔는데



요즘은 계획을 잘 세우지 않는다.

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을 뿐 아니라,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다.

지난주와 이번 주는 장례식이라는 돌발의 연속이다.



지난주 목요일에는 장례식에 문상과 위로 예배를 위해 춘천에 다녀왔다.

문상을 하고 장례식장에서 식사를 하는데 식사에 닭갈비도 나왔다.

춘천에 따로 닭갈비를 먹으러 간 건 아니지만 결국 닭갈비도 먹게 되었다.

오는 길에는 춘천 의암호 둘레길과 마주한 카페에 들러 잠시 커피도 마시고 왔으니 뜻하지 않은 나들이와 같았다.



어제는 갑자기 장례식에 갈 일이 생겨서 8명이 함께 부산에 가게 되었다.

어제 오후 예배까지 다 마치고 출발하니 4시에 서울에서 출발

중간에 휴게실 한번 들려 부산에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밤 열 시가 넘었다.

갈 때만 해도 얼른 문상을 하고 광안리에 들려 회라도 먹고 오자고들 했다.

하지만 열 시가 넘어 도착해서 문상하고 함께 위로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열한 시 반이 되었다.

부산에 가서 먹은 것은 회가 아니라, 장례식장에 된장국과 수육이었다.

결국 광안리에 들려 회를 먹고 오는 계획은 포기한 채, 캄캄한 밤에 부산에 아무것도 못 보고 새벽 5시에 서울에 도착했다.

부산에 가긴 갔는데, 차를 밤 새 12시간이나 탔는데 전혀 부산을 다녀온 것 같지 않다.

그래도 부산까지 간 이유가 부산 경치를 보거나 회를 먹으러 간 것이 아니고, 부모님을 떠나보낸 분들을 위로하기 위해 간 것이니 밤을 새우고 다녀온 보람이 있다.

설마 또 장례가 있을까 했는데 오늘 또 부고 연락을 받았고, 내일 또 장례식에 다녀와야 한다.



장례식에 가는 건 누구도 미리 계획할 수 없는 일이다.

매일의 삶도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심심하거나 지루할 틈 없이 숨 가쁘다.

하지만 힘들고 지치는 것만이 아니라, 생각지 않은 나들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살면서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계획에 없던 일들이 계속되는 건 마음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하도 계획에 없던 돌발적인 일들을 하고 겪으며 살다 보니 그 자체가 일상의 한 부분으로 여긴다.

이번 가을은 계획된 일정보다 계획에 없던 돌발의 일정으로 채워져 가고 있다.


(사진은 춘천 리버레인 카페와 그 앞에 풍경입니다.)


#춘천리버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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