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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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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작가 밀란 쿤테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그 내용의 무거움과 상관없이 제목으로 인해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고 패러디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안고 살고 있다.

언젠가 일명 가마니 클럽(쌀 한 가마니 80kg)에 가입하더니 지금도 탈출하지 못하고 여전히 우상향이다.

일 년 내내 온갖 다이어트 보조제를 먹어보지만, 오히려 그조차도 무게를 더하는데 일조하는 듯하다.



대학 때는 28이면 충분했고, 결혼할 때만 해도 32였던 허리는 어느새 38에 이르렀다.

옷 브랜드 가운데 남자 바지 허리 사이즈가 36까지밖에 안 나오는 매장에는 이제 안 간다.

이제는 옷을 잘 사지도 않거니와 바지도 매장에서 스타일을 보고 온라인으로 사야 한다.

아! 어찌 나의 몸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이 되었나?



그래도 거의 10년 전부터 최소한 하루에 만보는 걸으려 노력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그나마 늘어난 체중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돼도 빠지는 데는 부족하다.

결국은 덜 먹어야 하는데 그 결심은 언제나 내일로 미뤄지기 일쑤다.

그러니 존재의 무거움은 이미 내 삶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그래도 지금보다 5kg만 줄여도 훨씬 가볍게 살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은 버리지 않았다.

이제 단기간에 목표를 정하고 빼겠다는 결심을 버린 지는 오래지만 포기하지는 않겠다.

내년이면 다시 2년에 한 번 하는 정기 건강검진에 과체중 조심하라는 경고가 눈앞에 다가왔다.

이제 더 이상 옷매장에서 ‘맞는 바지 사이즈가 있을까?’를 고민하고 싶지 않다.

다시 언젠가 가벼운 존재로 살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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