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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하는 마음으로

by 동그라미 원



효도하는 마음으로



처음으로 내 돈을 주고 크록스 정품 신발을 샀다.

2년 전 여름 아들을 만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갈 때도 비슷한, 하지만 2만 원대의 신발을 사 신고 갔었고, 지금도 그 신발은 종종 잘 신는다.

하지만 다시 크록스 정품 신발을 산 이유는 조금은 효도하는 마음으로 사게 되었다.



지난 월요일 갑자기 새벽에 일어났는데 발바닥 안쪽이 아파서 제대로 발을 딛고 걷기 힘들었다.

그런 통증과 불편함은 오전에도 계속되었는데 족저근막염이 다시 생겼다 싶었다.

2년 전쯤에 족저근막염이 생겨서 한동안 병원에 다니며 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부모님 댁에 점심을 사다가 드리며 점심을 같이 먹기로 해서 음식을 사서 차를 운전하고 부모님 댁에 갔다.

점심까지도 발바닥이 불편했기에 오후에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점심 먹고 오래 머물지 못하고 나왔다.

어머니가 발바닥 아픈 얘기를 들으시더니 예전에 어머니도 그런 적이 있는데 크록스 신발을 신고 훨씬 편해지시고 결국 나았다고 하시며 꼭 사서 신으라고 하신다.



오후에 병원에 가보니 큰 이상은 없다고 하면서 약 처방을 받고 물리치료를 받고 돌아왔다.

저녁에는 어머니가 다시 전화를 하셔서 꼭 그 신발을 사서 신으라고 제차 당부를 하신다.

다음날 아침이 되니 발은 훨씬 편해졌지만 결국 일부러 신발 매장에 찾아가서 크록스 신발을 샀다.

내 발보다 어머니 마음을 편하게 해 드리기 위해서.

신발을 사고는 바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신발 샀다고.

어머니 덕에 망설이며 사지 못했던 정품 신발을 사게 되었다.



어머니의 자녀를 염려하는 마음은 내 나이가 들어도 줄어들지 않는다.

당신의 몸도 여기저기 성치 않을 때가 많지만 자녀가 아프면 본인이 아프실 때보다 더 마음 아파하신다.

자녀로서 살면서 아픈 것이 불효라면 나는 너무 많은 불효를 저질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응급실도 자주 드나들었고, 중학교 때는 허리 디스크로 몇 달간 병원에 누워있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는 맹장 수술을 하기도 하고, 대학 때는 화상을 크게 입은 적도 있다.

당시에는 내가 아픈 것만 힘들고 속상했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니 조금씩 나보다 부모의 속상함을 알게 된다.

큰 효도는 잘 못해도 신발 하나 사 신는 것도 나름 효도하는 방법이 된다.


#족저근막염

#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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