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기에 더 나다워야 한다.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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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기에 더 나다워야 한다.



2025년 한 해도 치열했다.

‘치열하다’는 기세나 세력 등이 불길처럼 맹렬하게 진행되는 상태를 뜻한다.

세상의 변화의 속도와 경쟁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에 세상은 점점 치열해진다.

30킬로로 달리는 자동차끼리는 ‘치열한 경쟁’이란 단어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차가 100킬로 이상으로 달리면서 서로 앞서려고 하면 ‘치열한 경쟁’이 된다.

속도 경쟁을 하다 보니 앞에 도로가 끊기거나 낭떠러지를 향해 가는지 모르고 달리면 모두에게 재앙이다.



나 혼자 30킬로로 여유 있게 가려해도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기 힘들어 죽을 맛이다.

이와 세상에 사니 남보다 앞서려고 마음을 먹으면 죽을힘을 다해도 더 죽을 맛이다.

그래서 기술의 혁신과 발전 속에 편리함을 추구할수록 사실 내면은 치열함 가운데 오는 불안이 더 커진다.

디지털 혁명은 우리에게 엄청난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최근에는 그 편리함에 노예가 되어가고, 불안은 커져간다.

이제는 5분이면 온라인으로 통장을 개설하고, 온라인 송금이 대세가 되었지만, 온갖 피싱에 대한 불안은 커져만 간다.

최근에는 핸드폰을 개통할 때도 안면인식을 해야 한다는 소식이 막연한 불안감을 더하게 한다.

현금 없는 세상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가지만, 어느 순간 모든 결제가 중단되고 일상이 멈출 수 있다.



2026년에 4차 산업 혁명이 더욱 본격화되면 더욱 치열한 세상이 될 것이다.

그 경쟁의 치열함은 사람과의 경쟁만이 아니라, 도저히 승산이 보이지 않는 기계와의 전쟁까지 다가온다.

단순히 일자리가 아니라, 우리의 인생에 쌓아오고 누려 온 모든 것이 가치를 상실할 위기 앞에 서 있다.

이제는 단지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을 목표로 삼고 살 때는 아니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얼마나 빨리 갈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로, 왜 가는가'를 물어야 할 시점이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며, 그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은 바로 ‘나다움’에 있다.

세상이 정해놓은 표준 속도에 맞춰 맹목적으로 달리는 것은 결국 나를 잃어버리는 길이다.

기계와 인공지능이 가장 잘하는 것이 '속도'와 '효율'이라면, 우리가 지켜내야 할 영역은 고유한 '개성'과 '사유'다.

아무리 뛰어난 AI도 나만의 굴곡진 인생 서사나, 내가 느끼는 찰나의 감정, 그리고 삶을 대하는 나만의 태도까지 흉내 낼 수는 없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더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나다워지는 것'이다.



낭떠러지로 향하는 100킬로의 질주보다, 내 집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30킬로의 여정이 훨씬 가치 있고 안전하다. 세상이 시끄럽고 빨라질수록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남들을 따라가느라 가쁜 숨을 몰아쉬기보다, 나만의 호흡과 리듬을 되찾아야 한다.

물론 모두가 질주하는 세상에서 나만의 호흡과 리듬을 잃지 않는 과정에서 ‘나만 뒤처진다.’는 불안이 옥죈다.

물론 30킬로의 속도가 무조건 디지털과 담을 쌓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산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문명의 이기와 디지털을 잘 활용하더라도 절대 맹신하거나 맹목적 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이 불안한 디지털 문명 속에서 ‘나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남는 길이다.


다가오는 2026년은 치열함의 온도가 조금 달랐으면 좋겠다.

남을 이기기 위해 불길처럼 타오르는 치열함이 아니라, 내 안의 본질을 찾고 나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안으로 깊어지는 치열함이기를 바란다.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나다움을 지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이고 품격 있는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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