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1시에 중요한 행사에 사용할 PPT를 10시 전까지 급히 만들어야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15장 짜리 행사 순서용 PPT를 만드는데 못해도 한시간 이상은 걸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는 행사 순서지를 AI에 입력하고 순서 PPT를 만들어 달라고 하니 5분도 안 걸렸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다듬어 완성하는데 20분이면 충분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우리는 처음으로 우리 자신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똑똑하고, 창의적이며, 지치지 않는 지적 존재와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적 도구의 발명을 넘어섰습니다. 와튼 스쿨의 이선 몰릭 교수는 그의 저서 《듀얼 브레인》에서 이를 ‘공동 지능(Co-Intelligence)’의 출현이라 명명합니다. 이제 개인의 경쟁력은 혼자서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이 새로운 지적 파트너와 어떻게 생각의 춤을 추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4차원 인턴’이다
AI와 효과적으로 협업하기 위해 가장 먼저 재정립해야 할 것은 AI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인드셋입니다. 우리는 흔히 AI를 검색 엔진이나 계산기처럼 정확한 답을 내놓는 기계로 기대합니다. 하지만 몰릭 교수의 비유처럼, 지금의 AI는 오히려 ‘똑똑하지만 가끔 엉뚱한 거짓말을 하고, 사람을 기쁘게 하려 애쓰는 4차원 인턴’에 가깝습니다.
이 인턴은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밤을 새워도 불평하지 않으며, 시키는 일을 즉시 처리합니다. 하지만 맥락을 놓치기도 하고, 그럴듯한 헛소리(Hallucination)를 사실인 양 말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가져야 할 첫 번째 태도는 ‘완벽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관리자로서의 책임감’을 갖는 것입니다. AI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유능하지만 미숙한 부하 직원을 다루듯 끊임없이 대화하고, 피드백을 주고, 결과물을 검증하는 ‘비판적 감독자’가 되어야 합니다.
‘들쭉날쭉한 최전선(The Jagged Frontier)’을 탐험하라
AI 시대의 인재가 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은 AI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그 경계를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몰릭 교수는 이를 ‘들쭉날쭉한 최전선’이라고 표현합니다. AI는 놀랍게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1초 만에 내놓는(어려운 일) 반면, 간단한 팩트 체크나 기본적인 산수에서 실패하는(쉬운 일) 기이한 불균형을 보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업무에 AI를 실험적으로 적용해 보며 이 최전선이 어디에 있는지 직접 느껴야 합니다. "이건 AI가 못 할 거야"라고 단정 짓지 말고 일단 시켜보십시오. 반대로 "이건 당연히 맞겠지"라고 맹신하지 말고 의심하십시오. 이 경계선을 명확히 아는 사람만이 자신의 업무 중 어디에 AI를 투입해야 폭발적인 시너지가 날지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켄타우로스와 사이보그: 두 개의 뇌를 사용하는 법
AI와 협업하여 개인의 능력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말인 ‘켄타우로스(Centaur)’처럼 인간이 할 일과 AI가 할 일을 명확히 나누어 분업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반면, 기계와 유기체가 결합한 ‘사이보그(Cyborg)’처럼 업무의 전 과정에서 AI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이 있습니다.
미래의 인재는 이 두 가지 모드를 자유자재로 오가야 합니다. 단순한 초안 작성이나 데이터 요약은 켄타우로스처럼 AI에게 위임하되, 깊은 사고와 창의성이 필요한 작업에서는 사이보그처럼 AI와 대화하며 생각을 확장해야 합니다. 내가 한 문장을 쓰면 AI가 다음 문장을 제안하고, 그 제안에 자극받아 내가 다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식의 ‘인지적 핑퐁 게임’이 가능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내 뇌와 AI의 뇌를 연결하는 ‘듀얼 브레인’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결국, 질문하는 인간이 답하는 기계를 이끈다
AI가 답을 생성하는 데 탁월해질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과 ‘좋은 것을 알아보는 안목’입니다. AI는 명령받은 대로만 수행합니다. 따라서 업무의 맥락을 설명하고, 구체적인 페르소나를 부여하며, 원하는 결과물의 수준을 정의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능력은 곧 리더십이자 소통 능력입니다.
또한, AI가 쏟아내는 수많은 결과물 중에서 무엇이 진짜 가치 있는 것인지 판별하는 ‘편집자적 안목’이 필수적입니다. 누구나 AI를 통해 평균 이상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시대에는, 그 평균을 뛰어넘는 인간 고유의 통찰과 윤리적 판단력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됩니다.
피할 수 없다면 파트너로 삼아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AI 시대에 우리가 피할 수 없다면, AI를 두려워하거나 기피할 것이 아니라,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솔로 브레인' 시대의 종말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혼자 끙끙대며 빈 화면을 채우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우리 곁에는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된, 세상의 모든 지식을 학습한 파트너가 있습니다.
이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무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이 낯선 지능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기꺼이 말을 거십시오. AI를 도구로 부리는 자는 기술의 발전에 대체될지 모르지만, AI를 파트너로 삼아 자신의 지능을 확장하는 '듀얼 브레인'의 소유자는 AI 시대에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체 불가능한 인재로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