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붓가케 우동

by 동그라미 원


뜻밖의 붓가케 우동



살다 보면 계획하지 않은 순간에 찾아오는 행운이 하루 전체를 빛나게 할 때가 있다.

오랜 초등학교 친구의 갤러리 오픈을 오픈식에 가기는 했지만, 그날은 정신없이 잠시 축하만 해주고 왔었다. 오늘 종종 셋이 함께 만나는 친구와 갤러리에 와서 차도 마시고 점심도 하자고 해서 갤러리에 갔더니, 거의 점심때가 되어 친구가 근처 맛집이 있다고 데리고 갔는데 최근 ‘흑백요리사’로 다시 한번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은 정호영 셰프의 ‘우동 카덴’이었다.



워낙 유명한 맛집이라 평소라면 웨이팅이 엄청나다고 했지만, 조금 서둘러 11시 반에 도착하니 앞에 단 두 팀뿐이었다. 5분 남짓 기다렸을까, 드디어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피다 이름도 생소한 ‘붓가케 우동’을 주문했다. 평소 국물 우동만 먹어왔던 내게는 작은 도전이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붓가케 우동에 대해 찾아보았다. ‘붓가케(ぶっかけ)’는 일본어로 ‘마구 쏟아붓다’라는 뜻의 ‘부카케루(ぶっかける)’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일본 우동의 본고장인 가가와현 현지인들이 바쁜 농사일 중에 삶은 면에 쯔유를 살짝 끼얹어 빠르게 먹던 방식에서 시작된 소박한 음식이다.

국물이 넉넉한 일반 우동과 달리, 진하게 우려낸 차가운 쯔유를 자작하게 부어 비벼 먹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붓가케 우동의 핵심은 국물이 아니라 오로지 ‘면발 그 자체’에 있다고 한다.


드디어 마주한 우동은 단출하지만 기품이 있었다. 커다란 우동 그릇에 진한 자작한 쯔유 국에 위로 하얀 면발이 똬리를 틀고 있고, 새우튀김과 레몬이 맛깔스럽게 얹어있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 '탱글탱글하다'라는 단어의 정의가 새로 쓰였다. 흔히 쫄깃하다고 표현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치아를 밀어내는 탄성, 매끄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식감이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냉수마찰을 제대로 거친 면발은 야생마의 근육처럼 탄력 있었고, 짭조름한 쯔유는 면의 감칠맛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아, 면발이 살아있다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친구의 갤러리에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만끽했다면, 우동 카덴에서는 미각의 정점을 경험했다. 친구의 성공적인 새 출발을 축하하러 갔던 길에, 나 또한 예상치 못한 미식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유명 셰프의 식당을 예약 없이, 그것도 단 두 팀의 기다림 끝에 들어가 이토록 훌륭한 맛을 마주한 것은 '기분 좋은 선물' 같은 날이다. 사실 최근 유명해진 세프의 식당을 일부러 찾아간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우연히 친구와 함께 코스 요리와 같은 부담스러운 요리도 아니면서 충분히 맛의 즐거움을 느낀 기억에 남을 남이다.


가끔 삶이 퍽퍽하게 느껴질 때, 입안을 가득 채우던 그 탱글탱글한 면발의 생동감을 떠올릴 것 같다. 이 우동이 생각나서라도 친구의 갤러리에 또 한 번은 올 것 같다.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뜻밖의 맛, 그 한 그릇 덕분에 완벽한 하루였다.



#북가케우동

#우동카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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