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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Jul 27. 2023

길은 하나가 아니다.

출처: pixabay


길은 하나가 아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한 방향을 바라보며 그 한 방향을 향해 달리며 서로 경쟁한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나 있는 것을 ‘길’이라고 하며 서로 그 길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또 열심히 달리다가 넘어지거나 힘에 부치면 앞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 낙오자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사람들과 함께 수박씨 멀리 뱉기를 한 적이 있다.

모두 한껏 앞으로 멀리 뱉으려고 침을 튀겨가며 수박씨를 앞으로 보냈다.

그런데 한 사람이 힘을 모으더니 뒤로 돌아 바로 자기 뒤에 수박씨를 뱉으며 자신이 이겼다고 한다.

수박씨가 지구 한 바퀴를 돌아 바로 자기 뒤에 떨어진 것이라고 하며 자신이 이겼다는 것이다.          



너무 어처구니없는 말과 행동에 서로 웃었지만 참 의미 있는 말이었다.

가끔 아침 출근길에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밀려들 때 혼자 반대로 거슬러 갈 때 오히려 마음에 생기가 돈다.

아니면 사람들이 붐비던 길에서 벗어나 한적한 골목길에서의 낯선 쓸쓸함에 마음이 평안해지기도 한다.          


물론 마라톤이나 육상 경기에서 정해진 코스나 트랙을 벗어나면 경기 자체가 실격이다.

그리고 그 코스와 트랙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바라보며 이기는 사람에게 환호를 보내준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이라는 여정은 누군가 정해 놓은 길을 수많은 사람과 경쟁해야만 성공이 아니다.

대학입시라는 트랙, 대기업과 정규직이라는 트랙에서만 달리게 하며 서열을 가르는 세상이 아니길 바란다.



물론 그것을 원하고 즐기는 사람도 있고, 그 길을 최선을 다해 달리는 것을 틀렸다고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내가 힘들더라도 새롭게 목표와 방향을 정하고 그리로 달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모두가 같이 경쟁하는 길 이외에는 길이 없는 세상은 절대 좋은 세상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한 방향으로 사람들을 몰아가며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안타깝다.          



예전에 라오스에 있을 때 유럽 사람들을 자주 만나면서 새롭게 배우고 깨달은 것이 많았다.

당시 독일과 핀란드 등에서 온 청년 몇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생의 방향과 진로를 정하기 전에 라오스에 와서 몇 개월을 지내는 시간을 가졌다.

당시에 우리처럼 맹목적으로 대학 입시라는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또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 방향으로 가려는 마음에 진심이었다.

그리고 대부분 또래의 청년들이 그렇게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다는 이야기가 아주 마음에 와닿았다.          



우리의 어린 세대들을 보면 가난하거나 아쉬울 것은 없어도 ‘정말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태어나면서부터 마라톤 출발의 총소리와 함께 같은 길을 달리며 경쟁하는 것이 아니기를 꿈꾼다.

요즘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 진학반'이라는 학원을 다니며 경쟁에 아이들이 내몰리는 것이 정상일까?

왜 함께 자라 가는 아이들이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길을 도전하는 친구가 아닌 극한의 경쟁자여야 할까?

경쟁에서 이긴 사람도, 경쟁에서 낙오한 사람도 모두 행복하게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살 수 있을까?           



오늘 나도 치열한 경쟁자가 아니라 내 길을 행복하게 가기 원한다.

그리고 그 길에서 비슷한 길을 찾아가는 사람을 만나면 서로를 응원하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때로는 남들이 가지 않던 길을 가다 보면 길이 없는 광야나 막다른 길을 만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남과 비교하며 경쟁하지 않고 그것이 역행하는 길처럼 보여도 그 길을 계속 갈 것이다.

내가 가는 길도 남들이 가는 평범한 길이 아니더라도 이것도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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