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아는 친구의 소개로 가본 제주의 모습과 맛집의 맛은 인터넷 검색과는 차원과 느낌이 달랐다.
친구도 여러 어려움 뒤에 인생에 새로운 출발을 하는 마음으로 지금도 제주 살이를 하고 있다.
작년에 친구를 만날 때만 해도 나도 인생에 새 출발을 언젠가 하겠지 생각했지만 올해가 그 출발점이 되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5060의 시기는 이제 인생의 말년이 아니라 인생 2막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동병상련은 서로 비슷한 처지의 마음이 맞닿은 경험의 언어이다.
최근에 인생의 2막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에 대한 강의나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지금 이 시기에 내 나름의 글을 쓰는 이유는 실제적인 준비보다 ‘어떤 마음으로 이 시간을 보내야 하나?’에 대해서다.
이 시기에 무엇보다 마음을 잘 지키지 못하면 평생 일구었던 것이 쉽게 허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은퇴 이후에 삶에 대해 구상도 하고 나름의 재정의 준비를 많이 한다.
하지만 재정이나 새로운 일에 대한 준비 못지않게 중요한 준비가 마음의 준비이다.
물론 마음의 준비도 재정이나 새로운 일과 맞물려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 내가 원하는 만큼의 재정이나 일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어떤 마음으로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지도 중요하다.
⟪'평균 나이 83세'가 기업 굿즈 디자인⟫라는 기사를 보았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아립앤위립] 회사는 생계유지를 하기 힘든 노인들에게 프로젝트 단위의 일거리를 연계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다니면서 손에 쥘 수 있는 돈도 적은 폐지 수거 업무는 지속가능한 일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한 젊은 대표가 대안 일자리를 만들자는 결심으로 지난 2017년 창업했다.
기사에 대표 인터뷰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르신들에게 디자인 일거리를 주는 아이디어를 고안한 이유는.
사업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폐지 수거 노인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자존감이 낮다는 공통점이 있더라. 이분들의 자아를 끌어내고 드러낼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디자인은 창작의 영역이라 ‘나’를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모델이 탄생했다. 회사 이름도 ‘나를 세우고, 우리를 세운다’라는 의미로 ‘아립앤위립’이라고 지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쓴 ⟪일단 살아 봐, 인생은 내 것이니까⟫라는 책도 나와 있다.
인생 2막을 맞이하며 겪지만 표현도 하기 힘든 두려움은 ‘이제 더 이상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내가 나를 더 사랑하고 존중하며 격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우리는 각자 살아온 지혜가 있고, 나만의 이야기가 있다.
인생 2막은 성공이나 돈의 추구가 아닌 그 지혜가 세상에 빛이 될 수 있음을 믿고 그 자리를 찾아야 한다.
인생 2막의 새로운 방향을 향해 나가면서 마음을 잘 지키고 스스로 힘을 내기 위해 오늘도 글을 쓴다.
이미 태풍이 지나갔을 제주의 친구는 어떤지 생각하며 시원해지면 다시 제주에 가보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