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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구니 Feb 13. 2024

[아빠기자의 육아기행] "나한테만 머라 해"

와이프와 다투는 많은 요인 중 대표적인 게 바로 정리다. 


집은 좁아 공간이 부족한데, 넘치는 짐들 여기에 정리하지 않은 짐들로 매번 스트레스를 받는 나. 보다 못해 한 번씩 정리를 할 때면 나도 모르게 짜증을 내면서 와이프와 다투게 된다.


와이프와 10년 넘게 같이 살면서 가장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다 끌어안고 살려고 하는 점이다. 옷과 화장품은 물론 심지어 마트나 카페에서 가져온 빨대며, 일회용 물티슈, 냅킨 등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와이프와 딸아이의 넘치는 짐에 나의 몇 벌 안 되는 정장은 옷장에서 나와 베란다 행거에 매달려 있다. 


화장대며 책장이며 한 번씩 뒤집어서 정리하지만, 그때 뿐이다. 이내 다시 짐이 쌓이고, 어지럽혀지는 모습을 보면 숨이 턱턱 막히곤 한다.


집이 쉬는 공간이 아닌 스트레스를 받는 공간이 되면서 점점 더 짜증이 늘어나고, 이게 고스란히 와이프와의 다툼으로 이어진다. 


와이프는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면 해결될 문제라며 집이 좁아서 그런 것이라고 항변한다. 우리와 같이 작은 집에 사는 딸아이의 친구 집 역시 마찬가지라고. 


이런 와이프의 말에 무엇을 사더라도 한 번에 대용량이 아닌 필요한 양만 사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처분해 집을 넓게 쓰자고 말하지만, 소용이 없다. 


생활 방식의 차이인데, 이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와이프의 모습이 딸 아이에게 이어진다는 데 있다.


딸 아이 역시 책상 정리를 못하고, 책가방 역시 어지럽히면서 쓰기 일쑤다. 몇 번 대신 해주다가 혼을 내며 정리하라고 닦달하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못한다. 


천성이 게으르고, 쉬는 날에 낮잠을 자거나 책과 티비를 보기 좋아하는 내가 변한 게 바로 이 지긋지긋한 정리 문제 때문이다. 난 한 번 정리하며 그 상태를 건드리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내 짐 자체도 별로 없고, 게으르니 항상 그 상태 그대로를 유지한다. 하지만 와이프와 딸 아이는 그렇지 않다. 


와이프와 딸 아이에게 같이 청소하자고 애원도 하고, 혼내고 싸우기도 했지만, 이제는 거의 포기 단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혼자 청소하다 보면 화가 나 짜증을 내며 다투는 일이 반복되긴 하지만... 


포기해야지, 그냥 내가 하고 말지라는 다짐을 하루에도 수없이 많이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나도 문제인 것을 안다. 


블라인드 같은 커뮤니티에 정리 문제로 다툼의 글이 올라오면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는 댓글이 대다수의 공감을 얻는다는 데 헛웃음이 나온다. 


울 대장, 울 딸~ 부탁인데 제발 정리한 상태 그대로 좀 유지해줘. 매번 정리 문제로 스트레스 받는 게 정말 힘들어. 깨끗하게 정리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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