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들어서자마자 와이프가 한 말이다. 11월 초에 회사에서 주관하는 시험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시험이 끝날 때까지 저녁일정을 최소화해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승진을 못해 올해는 무조건 승진을 해야 한다는 와이프의 간절함에 알았다고 말하곤 저녁일정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의 특성상 일주일에 두 번정도는 저녁자리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 내가 늦게 들어가는 날엔 딸 아이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와이프는 예민해질 수 밖에 없다. 최대한 미안함을 표현하며 설거지 등 집안일을 도맡아 하지만, 와이프의 예민함은 쉽게 가시질 않았다.
이럴 때마다 나 역시 억울함이 없지 않았다. 내가 원해서 가는 자리가 아닌데도 그 화가 나한테 돌아오니 말이다. 그리고 나 역시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할 때면 딸 아이가 잠이 들고 나서 하곤 했는데, 와이프는 그러지 않으니...
성향 차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화를 다스리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힘들어 쉰다면서도 핸드폰을 손에 놓지 않는 와이프. 그 시간에 차라리 잠을 자고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면 될 것 같은데 그러지 않은 와이프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30년 넘게 다른 환경에서 살아와 다름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막상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이해보단 원망과 탓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아직도 내가 더 성숙하지 못한 것이라고 자위하며, 오늘도 놀고 싶어하는 딸 아이를 달래며 숙제를 시키고 있다.
어떻게 보면 와이프, 나, 딸 모두 힘들게 사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언제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살 수 있을는지...
울대장~ 일하랴 살림하랴 공부하랴 힘들지? 내가 많이 도와줘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최대한 노력하고 있어. 그리고 울딸~ 울딸도 놀지 못하고 숙제하느라 고생이 많아. 근데 아빠도 힘든거 참아가면서 울딸 봐주는거니까 울딸도 아빠 말 좀 잘 들어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