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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구니 Aug 08. 2024

[아빠기자의 육아기행] "울딸 스키 정말 잘 타네"

2023년 크리스마스 당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씻은 후 와이프와 딸 아이를 깨웠다. 온 가족이 겨울여행을 하기로 한 날이 시작된 것이다.


다른 날보다 엄청 빨리 일어난 딸 아이는 졸린만도 한데 서둘러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거실로 나왔고, 이내 선물을 확인했다. 선물은 바로 딸 아이가 그렇게 원했던 아이폰. 이미 딸 아이는 산타할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눈치지만, 선물을 받기 위해 항상 산타할아버지를 찾았고, 마침내 아이폰을 획득했다. 너무나 좋아하는 딸 아이에게 서둘러 씻고 옷 입고 출발하자고 말했다.


이날 우리가 가기로 한 목적지는 '대명비발디파크'. 운 좋게 회사 콘도가 당첨이 돼 와이프와 같이 12월 마지막주 3일 연차를 쓰게 됐고, 이 기회에 딸 아이에게 스키를 배울 수 있게 하기로 한 것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인 이날은 출발부터 난관이었다. 갑자기 폭설이 내려 차도에 눈이 빠르게 쌓였다. 운전을 하는 중간 차가 눈에 밀리기까지 했다. 천천히 속도를 내 고속도로에 들어가서야 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2시간 가량 운전을 해 마침내 '대명비발디파크'에 도착했다. 

눈이 오는 관계로 차를 지하에 주차한 후 리조트 내 지하 식당가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했다. 그런 뒤 다시 차로 돌아와 딸 아이와 와이프의 스키복을 가져온 후 본격적인 스키 레슨에 돌입했다. 

첫날인 이날은 와이프와 딸 아이의 1대 3 레슨이 있는 날. 오전 오후 2시간씩 레슨을 받는건데, 운 좋게 한 명이 안 와 와이프와 딸 아이만 레슨을 받게 됐다. 레슨하는 곳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레슨 조끼까지 입고 스키장으로 나갔다. 레슨을 받지 않는 나는 스키장 밖에서 와이프와 딸 아이가 레슨 받는 것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눈이 펑펑 오는 날의 오전 레슨이 끝나고 돌아온 와이프와 딸 아이. 어땠냐는 나의 물음에 딸 아이는 "재밌는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 딸 아이 옆에 있던 와이프는 선생님 말씀 안 듣고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데 잘 안 되니까 재미없어 한다며 핀잔을 줬다. 시무룩해 하는 딸 아이에게 "이렇게 눈이 오는 날 스키를 타는 건 복 받은거야. 이 기회에 열심히 잘 배워"라고 말해줬다. 

오전 레슨이 끝나고 리조트 로비로 가 방을 배정받았다. 배정 받은 방에 짐을 옮긴 후 다시 밖으로 나와 점심식사를 한 후 다시 오후 레슨을 받으러 갔다. 


그렇게 오후까지 레슨을 받고 저녁식사를 한 후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 돌아와 씻고 일찍 자려고 이불을 펴는데, "내일 레슨은 미리 예약을 안 해서 일찍 나가서 오픈런해야 돼"라고 말하는 와이프. 일찍 일어나서 줄서서 레슨 접수하고 오겠다고 말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겨울여행의 첫날이 지나갔다. 

다음날 새벽 6시. 먼저 일어난 와이프가 급히 나를 깨웠다. 어제 말한 오픈런을 하러 가야한다며 서둘러 나가라는 것. 부랴부랴 옷을 입고 레슨 학교로 향하는데, 새벽에 한 무리의 줄이 눈에 보였다. 가서 살펴보니 우리처럼 오픈런을 하기 위해 먼저 나온 사람들이었다. 

줄 맨 뒤에 자리를 잡고 오픈 시간인 7시반이 되길 기다렸다. 한 시간 가량 줄을 선 후 마침내 레슨학교에 불이 켜지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른 날과 달리 연휴라 선생님들이 많이 없어 조기 마감될 수 있다는 담당자의 말이 들렸다. 설마 했는데 내 앞의 앞에서 오전 오후 레슨이 모두 마감됐다. 결국 오전 3시간 레슨을 접수하고 방을 돌아왔다.  

방에 돌아와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해결한 후 딸 아이와 함께 다시 레슨학교로 갔다. 접수와 함께 딸 아이에게 스키 장비를 착용시키니 선생님이 찾아오셨고, 딸 아이는 오전 3시간 레슨에 들어갔다. 와이프와 함께 스키장 밖에서 딸 아이를 지켜봤고, 선생님과 함께 가는 리프트를 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스키장을 나왔다. 

딸 아이가 레슨을 받는 사이 와이프와 리조트 지하에 있는 커피숍에 갔다.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을 구경하는가 하면 각자 핸드폰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2시간 가량을 보낸 후 다시 스키장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딸 아이를 찾았고, 이내 핸드폰을 들어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했다. A자로 턴을 제법하는 딸 아이를 보며 "레슨 받는 돈이 아깝지 않네"라고 말하는 와이프. 와이프의 말에 동의를 하면서 저 멀리 오는 딸 아이를 반겼다. 어제보다 더 잘 타는 것 같다고 폭풍 칭찬을 해 준 후 장비를 반납하고 점심식사를 하고 방을 돌아왔다. 

방에서 어느정도 시간을 보낸 후 온 식구가 스키복을 착용했다. 이날은 나도 같이 스키를 타기로 한 건데, 15년만에 타는거라 나름 긴장이 됐다. 스키 렌탈 샵으로 가 장비를 받은 후 스키장으로 들어갔다. 장비를 착용하고 눈 밭을 나가는데, 좀처럼 나아가질 않았다. 오히려 와이프와 딸 아이는 잘 가는데, 나는 어리버리한 모습이었다.


조심스럽게 폴대를 이용해 앞으로 나아갔고, 그렇게 초급 리프트에 도착해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다. 5분 가량의 시간을 지나 리프트에서 내린 후 본격적으로 스키를 타기 시작했다. 처음과 달리 타다 보니 예전 감각이 살아났다. 예전처럼 턴이 잘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넘어지지 않고 내려올 수 있었다. 그렇게 초급에서 시간을 보낸 후 중급 코스에 가보고 싶다고 말하는 딸 아이. 


조심히 내려오면 오히려 사람이 많은 초급보다는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와이프와 함께 중급 코스로 넘어갔다. 초급과 달리 제법 경사가 있는데,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와이프와 달리 딸 아이는 속도를 즐기며 잘 내려왔다. 


초반엔 먼저 내려와 자리를 잡고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했지만, 이후엔 딸 아이가 먼저 내려가는 바람에 촬영보단 딸 아이를 따라 가기 바빴다. 이런 딸 아이와 달리 여전히 천천히, 안전하게 내려오는 것을 택한 와이프. 그렇게 중급에서 리프트를 10번 넘게 타고 나서야 5시간 이용권이 마무리됐다. 와이프와 함께 힘들어하는 나와 달리 여전히 쌩쌩한 딸 아이. 서둘러 씻긴 후 마지막인 내일 레슨과 스키를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새벽. 레슨 오픈런을 위해 일찍 방을 나섰고, 1등으로 오전 3시간 레슨을 접수를 하게 됐다. 

방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해결한 후 딸 아이의 마지막 레슨을 위해 스키장으로 향했다. "다치지 말고 재밌게 배우고 와"라고 말한 뒤 와이프와 함께 스키장이 보이는 건물 2층 커피숍으로 향했다.  

딸 아이를 보기 위해 창가쪽 자리를 살펴봤지만, 창가쪽 자리는 이미 다른 가족들로 빈 곳이 없는 상황. 레슨 외에 커피숍 오픈런도 한다는 와이프의 말을 믿지 않았는데... 아쉽지만 다른 자리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데, 이런 자리 역시 금세 다 차버렸다. 와이프와 함께 번갈아 창가로 가서 딸 아이를 살펴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전 레슨이 끝날 시간이 돼 다시 스키장으로 향했고, 레슨을 마친 딸 아이를 만나 장비를 반납하고 다시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가는 중간 리조트 지하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방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 후 스키복을 착용하고 다시 스키장으로 향했다. 5시간 이용권 사용 시간이 된건데, 이날은 딸 아이와 둘만 스키를 타기로 했다. 와이프가 힘들고 다리가 아프다고 호소했기 때문이다. 와이프에게 커피숍이나 방에서 쉬라고 말한 뒤 딸 아이와 단 둘이 중급 코스로 향했다.  

스키 3일째로, 레슨과 함께 오후에도 계속 스키를 타서 그런지 딸 아이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어른과 달리 겁이 없는 관계로 속도를 즐기며 타는 딸 아이. 먼저 내려가 리프트 앞에서 "아빠 빨리 좀 와"라고 말하는 딸 아이를 보면서 힘들었지만 레슨을 받게 한 게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도 쉬는 시간 없이 올라가서 내려가고를 반복했는데, 중급 코스 정상에서 "저기는 머하는 곳이야"라고 물어보는 딸 아이. 스키 타느라 제대로 보질 않았는데, 자세히 보니 커피숍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밖에는 불을 피워놓고 아이들이 마시멜로를 구워서 먹고 있었다. 이를 본 딸 아이가 자기도 먹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했고, 그런 딸 아이를 데리고 커피숍으로 향했다.  

장비를 탈착한 후 커피숍에 들어가 코코아와 함께 마시멜로를 구입해 불이 피워진 곳으로 향했다. 마시멜로를 구워서 먹는 딸 아이의 모습을 핸드폰에 담고, 이를 와이프에게 카톡으로 보냈다. 딸 아이의 사진에 "울딸 아빠랑 너무 좋은 시간 보내고 있네"라고 답한 와이프. 그렇게 마시멜로를 다 먹고 다시 스키를 타거 가는데, 딸 아이는 또 먹고 싶다며 이따가 다시 오면 안 되냐고 물었다. 스키 타고 나가기 전에 먹자고 말한 뒤 딸 아이와 또 다시 스키를 즐겼다. 


그렇게 5번 가량 스키를 탄 후 이용권 종료 시간이 다 돼 마시멜로를 다시 한 번 먹은 후 내려왔다. 끝날 시간이 다 된 걸 안 와이프가 미리 나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렌탈샵에서 장비를 반납한 것을 끝으로 딸 아이의 첫 스키가, 15년만의 탄 나의 스키가 모두 마무리됐다.  

오랜만에 타서 재미있었는데, 딸 아이와 단 둘이 추억을 남길 수 있어 더 의미가 있었던 것 이번 겨울여행. 이번 겨울이 가기 전에 주말 야간스키를 타러 한 번 더 오자는 와이프의 말에 "알았어"라고 답했다. 

울딸~ 처음 타본 스키 재미있었니? 울딸 처음 탄 건데도 안 넘어지고 잘 타더라. 아빠는 오랜만에 타서 몇 번 넘어졌는데. 그래도 울딸이랑 엄마랑 같이 스키 타서 너무 즐거웠어. 이번 겨울이 가기 전에 아빠가 스키장 또 데리고 갈게. 그때도 지금처럼 안전하게, 재밌게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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