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주 토요일마다 갔던 학원이 바로 한생연이다. 과학 실험을 위주로 하는 수업으로 딸 아이가 좋아하는 학원 중 하나다. 암기 위주보단 실제 실험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과학을 이해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학년별로 수업이 구성돼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영어로 하는 수업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한다. 한 번 영어수업이 개설되면 나가는 학생이 없다. 그러면 대기 명단을 올려야 하는데, 1년이 넘어도 자리가 안 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런데 이런 영어수업에 자리가 났다고 연락이 왔다. 그것도 같이 다니는 친구 민지와 함께 말이다. 민지는 영어 수업으로 가기로 결정했고, 딸 아이 역시 민지를 따라 가기를 원했다. 하지만 와이프는 해당 영어수업이 이미 했던 실험들 위주로 딸 아이가 재미없을 것 같아 지금 하는 한글수업을 계속하기를 딸 아이에게 권했다.
엄마의 말에 딸 아이도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결국, 모르겠다며 엄마가 정해달라고 했다. 와이프는 딸 아이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딸 아이는 엄마한테 자신의 속마음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옆에 있던 나는 딸 아이를 방으로 데려간 후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민지랑 같이 하고 싶어 하는데, 엄마 눈치보느라 제대로 말을 못하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딸 아이는 민지랑 같이 수업을 듣고 싶어했고, 이 사실을 와이프한테 전달해 친구랑 같이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딸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다시 나타났다. 가장 친한 친구랑 계속 같이 수업을 듣는 게 좋은 눈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