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아이가 대성통곡할 일이 생겼다. 딸이 한생연에서 받아 온 우렁이가 죽은 것이다. 물을 갈아주기 위해 우렁이를 꺼냈는데, 다른 때와 달리 우렁이가 축 늘어져 있었다. 내가 손을 대면 껍질 안으로 몸을 숨기기 바빴는데, 이번엔 나와 있는 모습 그대로 있는 것이다.
아니겠지, 물을 갈아주고 다시 상추를 주면 잘 움직이겠지라고 생각하고 물을 다 갈아준 뒤 지켜봤다. 새로운 물에 상추까지 넣었지만 우렁이의 움직임은 없었다. 퇴근한 와이프에게 조용히 말한 뒤 같이 봤고, 죽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귀뚜라미를 보낸 경험이 있어 우렁이의 죽음을 딸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안 봐도 비디오였다. 와이프가 딸 아이를 불렀고,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그 즉시 우렁이를 본 딸 아이는 예상처럼 크게 슬퍼하며 울었다. 엄마가 눈물을 닦아주며 안아줬지만, 눈물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우렁이가 오래 살아서 하늘나라로 간 것이고, 으뜸이랑 만나 즐거웠을 것이라고 달랬다.
지난해 11월 딸 아이가 받아 온 우렁이는 만 10개월 가량을 우리 가족과 살다가 하늘나라로 갔다. 상추나 배추 등 먹이를 주거나 물을 갈아주는 것 모두 내가 담당했다. 귀찮기도 했지만 그 사이 정도 많이 들었는데...
죽은 우렁이를 계속 물에 둘 수 없어 딸 아이에게 묻어주자고 하니 자기 학교 간 사이에 아빠가 묻어달라고 부탁했다. 알았다고 하고, 아침에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해주자고 했다.
딸 아이가 학교를 간 사이 우렁이를 들고 나와 아파트 앞 화단에 묻었다. 땅을 파고 우렁이를 넣고 다시 흙으로 덮는데, 마음이 좀 쓰렸다. 우리 가족과 함께 해줘서 고맙고, 하늘나라에선 친구들이랑 잘 살라고 빌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학교 갔다 돌아온 딸 아이를 잘 달래주는 일일 것이다. 딸 아이가 우렁이의 죽음을 잘 넘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