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오랜만에 본가에 가기로 했다. 당초 부모님은 코로나19 확산세로 이번 추석엔 오지 말라고 말하셨다. 하지만, 본가에 안 간지 오래돼 점심이라도 먹고 오자는 와이프의 말에 식사만 하고 돌아오기로 했다.
추석 당일 와이프는 딸 아이와 같이 만든 송편과 본인이 혼자 준비한 계란말이를 그릇에 이쁘게 담았다. 여기에 본가에 가져갈 과자와 스팸 등 선물은 물론, 마트에서 산 복숭아도 챙겼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차로 30여분을 달려 본가에 도착했다. 딸 아이가 벨을 누르면서 으뜸이라고 말하자 할아버지와 할머니인 부모님께서 웃으며 반겨주셨다. 많은 짐을 들고 온 아들은 안중에도 없으시고 오랜만에 본 손녀딸을 껴안아주느라 정신이 없으셨다.
손녀딸을 반겨주는 것을 마친 어머니는 부랴부랴 점심을 차리셨고, 와이프가 가져온 계란말이와 함께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가 가져온 송편과 복숭아 그리고 어머니가 준비한 포도 등 과일도 배부르게 먹었다.
배가 부르자 이내 졸음이 쏟아졌고, 나와 와이프가 조는 사이 어머니는 딸 아이와 놀러 나가셨다. 한 시간 정도 있다 돌아왔는데, 딸 아이의 얼굴에 땀이 가득했다. 할머니와 놀이터 여러 곳을 돌며 재미있게 놀았다는 게 딸 아이의 설명이었다.
이렇게 본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딸 아이가 집에 안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기 시작했다. 자기는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잠을 자고 내일 가겠다며 엄마, 아빠는 집에 가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라는 것이었다.
숙제 등 할 것도 있어 딸 아이를 달래며 집에 가려고 했지만, 딸 아이는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다. 일단 와이프와 둘이 집으로 가 속옷과 샤워도구 등을 챙기고 다시 본가로 오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딸 아이를 본가에 혼자 두기 불안해 하는 와이프와 약간의 다툼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본가로 가 딸 아이에게 엄마, 아빠도 할머니집에서 같이 자겠다고 말했지만, 딸 아이는 자기만 잘 것이라며 빨리 가라고 재촉했다. 딸 아이의 완강한 고집에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본가에 처음으로 혼자 딸 아이를 두고 나온 와이프는 딸 아이가 자신을 찾지 않을까 걱정스러워하며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다음날 아침 와이프와 같이 다시 본가에 갔다. 본가에 도착하자마자 딸 아이를 찾았는데, 우릴 본 딸 아이는 "엄마 아빠 왜 이렇게 빨리 왔어. 나 더 놀다 갈건데..."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이 말에 와이프는 서운함을 숨기지 못했고, 딸 아이에게 재차 자신을 보고 싶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딸 아이는 "엄마 안 보고 싶었는데... 할머니랑 잘 잤어"라고 무심하게 말했다.
아침을 먹고 본가를 나오면서도 딸 아이는 하루 더 자고 싶다며 엄마의 서운함을 부채질했다. 와이프는 딸 아이를 더 품에 두고 싶지만, 딸 아이는 어느새 자라 잠이나 목욕 등 혼자 하려는 게 많아졌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엄마와 아빠를 찾는 게 더 줄어들 것이다. 나와 와이프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때까지 딸 아이와 조금 더 많은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울딸~ 빨리 크지 말고, 조금만 천천히 자라자. 아직은 우리 딸 더 품에 두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