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기자의 육아기행]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by 피구니

육아휴직에 들어간 뒤 지인들의 안부 물음에 항상 하는 대답이다. 일 안하고 쉬니까 편하지 않냐고 말하지만, 육아를 전담하는 입장에선 정말 화가 나는 말 중 하나다.


일단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침에 깨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밥 먹이기, 학교, 학원 보내기, 숙제 시키기, 목욕 등등 일일이 아이를 돌보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해야 하는데,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에게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우선이다 보니 아빠만 초조해진다. 급한 마음에 달래도 보고 화도 내보지만, 오히려 딸을 울리는 등 상황은 더 악화만 된다.


학교나 학원을 겨우 보내고 나도 쉴 틈이 없다. 아이가 없는 시간 밀린 집안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설거지, 청소, 빨래. 이건 매일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지만, 은근 시간을 잡아 먹는다. 여기에 베란다, 화장실, 싱크대 청소 등 집안일이 끊이지 않는다.


육아휴직 전 육아는 물론, 영어, 자격증, 독서 등 자기계발과 재태크 등 계획을 세우며 의지를 불태웠지만, 이런 의지는 현실 앞에 무너졌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를 돌보고 여기에 집안일까지 하다 보면 피곤이 몰려온다. 아이가 숙제를 하는 동안만이라도 옆에서 책을 보자고 다짐했지만, 이내 졸기 바쁜 게 현실이다.


육아와 집안일이 힘들어 와이프한테 투정을 부리면 위로 대신 오히려 혼나기 일쑤다. 자기는 일하면서 육아와 집안일 다 했는데, 일도 안 하면서 무엇이 힘드냐고. 하루종일 아이 옆에 있는 것과 일하면서 아이를 보는 게 다르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또 다툴까봐 미안하다 말하고 혼자 삭인다.


남편들이여. 집에서 육아만 한다고 편히 쉰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정말 여유가 있어 편히 지내는 엄마도 있겠지만, 대다수 엄마들은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러니 와이프한테 잘하자. 남편들도 일하느라 힘들겠지만 그래도 일하는 동안 혼자 있지 않은가. 육아와 일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난 일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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