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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기자의 육아기행] "집에서 혼자 잘 해야 돼"

by 피구니

딸 아이는 학교가 끝난 후 매일 영어학원에 간다. 그런 뒤 다른 영어학원이나 수학학원, 피아노학원에 간다. 육아휴직 전 맞벌이인 상태에서 장모님의 육아 부담을 줄이고, 아이의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학원에 의존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내가 육아휴직에 들어간 후에도 지속됐다. 나 역시 아이의 학원을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지만, 그보다 딸 아이의 부담이 컸던 모양이다.


하루는 와이프와 같이 영어책을 읽는 학원에 데려다주는데, 딸 아이가 대뜸 가기 싫다고 말했다. 막상 학원에 가면 재밌고 좋은데, 영어책 읽는 학원의 숙제(영어단어 암기, 읽기 문제집 풀이 등)가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와이프에게 아이의 학원 부담에 대해 자주 말했는데, 직접 아이의 입을 통해 들으니 와이프도 갑자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와이프와 딸 아이를 내려준 뒤 주차 공간을 찾고 있었는데, 와이프가 전화를 걸어 데리고 오라고 했다.


당연히 딸 아이는 학원에 들어가고, 와이프만 있을 줄 알았는데, 딸 아이와 같이 차에 타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와이프가 영어책 읽는 학원 대신 집에서 하는 방법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딸 아이의 부담에 와이프가 학원 중단이란 조치를 취한 것이다.


막상 학원을 안 간다는 말에 딸 아이는 금세 얼굴이 밝아졌다. 바로 놀이터에 가고 싶다고 말하며, 놀기를 원했다. 이런 딸 아이의 말에 와이프는 "으뜸이가 힘들어 해서 학원 안가는거야. 대신 집에서 매일 영어책 3권씩 읽어야 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자기가 으뜸이 학원 안 가는 날 책 3권씩 읽혀"라며 숙제를 하나 던줘졌다.


딸 아이가 학원 대신 스스로 혼자 공부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공부보단 놀기를 좋아한다. 나 역시 어린시절 공부보단 나가서 뛰어놀기를 좋아했으니... 딸 아이가 영어책 읽기 숙제를 잘해주길 바랄 뿐이다.


울딸~ 영어책 읽는 학원 안 가는 날 아빠랑 영어책 3권씩 잘 읽자. 안 그러면 엄마한테 아빠가 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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