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행을 하러 가기 일주일 전, 집 문 앞에 적지 않은 크기의 택배가 도착했다. 집 베란다에 잘 모셔둔 후 퇴근한 와이프에게 택배 하나가 왔다고 말하니 바로 꺼내보자고 했다.
큰 박스에 둘러쌓인 테이프를 조심스럽게 뜯은 후 내용물을 열어보니 눈에 익은 물건이 보였다. 어렸을 때 많이 했던 '브루마블'이었다. 놀러가서 다 같이 하기 위해 와이프가 미리 준비한 것이다.
브루마블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딸 아이는 신기한 듯 쳐다보더니, 바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 숙제와 공부를 어느정도 한 만큼, 브루마블을 하기로 했다. 같이 설명서를 보며 브루마블 하는 방법을 익힌 후 주사위를 돌리며 게임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습득력이 빠른 만큼, 딸 아이는 브루마블을 하는 방법을 금세 익혔고, 어느새 호텔이나 빌딩을 자기 땅에 세우기 시작했다.
브루마블을 한 지 한 시간 가량이 지나자 어느새 내가 가진 돈이 다 떨어져갔다. 그러다 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서울에 걸리면서 가진 돈을 다 줘도 모자란 소위 파산을 하게 됐다. 한 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서 허리도 아프기 시작했는데, 마침 파산이 돼 게임을 끝내게 돼 내심 좋아했다.
딸 아이에게 "아빠 파산이야. 돈이 없어. 으뜸이가 이겼네. 이제 정리하자"라고 말했다. 그러자 딸 아이는 "은행에서 대출받으면 돼. 게임 더 할거야"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결국, 딸 아이의 뜻대로 대출 200만원을 받고 다시 한 시간 넘게 게임을 이어갔고, 이후 다시 파산이 돼 게임을 마칠 수 있었다.
어린이 티비를 보거나 핸드폰 게임을 하는 대신 브루마블 같은 보드게임을 하는 게 아이들에겐 더 유익한 게 사실이다. 특히 아직 덧셈 뺄셈이 어려운 딸 아이에겐 브루마블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브루마블을 하고 난 뒤 끝내기까지 딸 아이를 설득하는 작업은 빼고 말이다.
울딸~ 브루마블은 주말에만 하자. 평일에 하면 너무 늦게 자게 돼서 다음날 너무 힘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