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평소와 마찬가지로 오후 딸 아이를 미술학원으로 데려다 준 후 와이프와 그 근처에서 간단히 장을 봤다. 그 전까지 화창한 날씨였는데, 갑자기 날이 흐려지더니 급기야 폭설이 내렸다.
미술학원이 끝난 후 바로 K팝댄스를 하러 롯데몰에 가야 하는데, 와이프가 K팝댄스 대신 밖에서 놀게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길도 미끄러운데다, 올해 처음으로 함박눈이 오는 만큼, 눈을 가지고 놀게 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으뜸이에게 물어본 후 으뜸이가 원하면 그렇게 하자고 답하며, 딸 아이의 하원을 기다렸다.
딸 아이가 미술학원을 나오자마자 딸 아이의 의견을 물었고, 딸 아이는 밖에서 놀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힌 후 썰매와 산타 집게 등을 들고 나왔다. 딸 아이의 학교 근처 놀이터에서 놀기로 했는데, 이미 눈이 많이 쌓여 있는 것을 본 딸 아이는 썰매에 앉으며 끌어달라고 요구했다.
썰매를 끌고 학교 근처 놀이터로 가는데, 마침 내리막길이 보이자 딸 아이는 힘껏 밀어달라고 요구했다. 썰매를 힘껏 끌은 후 어느정도 속도가 붙을 때 끈을 놓자 썰매가 내리막길을 타고 시원하게 달려나갔다. 딸 아이는 재미있는지, 내리막길이 끝날 때까지 해달라고 요구했고, 힘들지만 이런 딸 아이의 요구에 맞춰 썰매를 밀었다.
썰매를 끌며 학교 근처 놀이터에 도착하자 우리 외에 많은 아이들이 부모님과 나와 놀고 있었다. 딸 아이는 썰매에서 내린 후 집에서 가져온 산타 집게를 잡았다. 눈을 모아 모양을 만드는 기구인데, 딸 아이는 신이 나서 여러개를 만들었다. 근처에 있는 눈을 다 사용하자 나에게 다른 곳에서 눈을 가져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어느 정도 산타 집게를 가지고 놀은 후 눈사람을 만들고 싶다며, 눈을 모아 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덩이가 바로 커지지 않자 아빠인 나에게 눈사람 만들기를 요구했고, 나는 딸 아이의 요구에 눈 사람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이 그친 상황이고, 바닥에 있는 눈 역시 눌러 붙어 잘 되지 않았다. 결국 조그마한 눈덩이 하나 만든 후 딸 아이에게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말하며 눈사람 만들기를 포기했다.
눈을 가지고 밖에서 한 시간 가량 놀은 후 집으로 가려는데, 딸 아이의 친구와 엄마를 만났다. 집에 가려는 당초 계획은 사라졌고, 딸 아이는 친구와 노는데 정신이 없었다. 그 사이 와이프와 친구 엄마는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같이 이야기를 듣다가 아이들이 조금 멀리 가려고 해 아이들 곁으로 달려갔다. 가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다가 아이들이 썰매를 밀어달라는 말에 두 명이 탄 썰매를 끌었다. 30분 가량을 더 놀은 후 집에 가자는 엄마들의 말에 엄마들이 있는 곳으로 와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당연히 집으로 가면서도 딸 아이의 요구에 썰매를 끌어줬다.
이렇게 올해 첫 함박눈이 내린 날의 눈놀이가 마무리됐다. 작년보다 더 커진 딸 아이가 탄 썰매를 끌어줘 팔다리가 저렸지만, 그래도 딸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봐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울딸~ 오랜만에 눈놀이해서 아빠도 즐거웠어. 근데 썰매는 썰매장 가서 타자. 아빠가 늙어서 이젠 힘이 부치네. 그리고 제발 바닥에 눕지마. 친구 엄마 말처럼 바닥에 더러운 것 많아서 건강에 안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