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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기자의 육아기행] "아빠랑 학교 갈래"

by 피구니

지난 16일. 미리 회사에 말해 재택근무를 허락받았다. 이날 딸 아이 학교의 '녹색어머니회 봉사' 일정이 있는 날이라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였다. 당초 나만 재택을 하는 것으로 정해졌는데, 와이프도 미리 회사에 말해 아침에 조금 늦게 출근하는 식으로 일정을 조율했다.


당연히 내가 아침에 일찍 나가 '녹색어머니회 봉사'를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일정이 바뀌었다. 딸 아이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엄마들이 '녹색어머니회 봉사'를 하는데, 자기만 아빠가 한다며, 엄마가 해달라고 한 것이다.


추운 날 밖에서 서있으면서 아이들의 찻길 건너기를 돕는 '녹색어머니회 봉사'는 보통 엄마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 아빠들이 직장에 나가는 경우가 많은 탓에 엄마들이 주로 하는데, 이날 딸 아이 친구들 역시 엄마들이 한다고 딸 아이가 때를 쓴 것이다.


결국 와이프가 '녹색어머니회 봉사'를 하기로 했고, 나는 딸 아이의 등교 준비를 하고 딸 아이와 함께 학교로 향했다.


학교 가는 길에 엄마를 찾은 딸 아이는 엄마에게 손을 흔들었고, 나는 서둘러 딸 아이를 등교시킨 후 와이프와 교대를 했다.


연차가 아닌 재택근무라 9시 전부터 카톡이며, 전화가 울렸고, 그런 나를 멀리서 바라 본 와이프가 '녹색어머니회 봉사'에 집중하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급한 회사 일을 처리한 후 다시 '녹색어머니회 봉사'에 집중했다. 신호등 주위를 살펴보니 나 외에 엄마 대신 아빠가 나온 분도 있었다. 8시30분부터 9시10분까지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에 하는건데, 9시가 지나자 등교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10분까지 시간을 채운 후 서둘러 학교로 달려가 깃발을 반납하고, 서류에 서명을 하고 나왔다.


나오는 길에 이전 육아휴직 때 뵈었던 딸 아이 친구 엄마들도 만날 수 있었다. 간단히 인사하고 서로 안부를 물었다.


암튼 이렇게 '녹색어머니회 봉사'가 끝났다. 30분 이상 서 있으면서 아이들과 자동차를 살펴야 하는 등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딸 아이 뿐 아니라 아이들의 안전한 등굣길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나름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 몇일 뒤 다시 '녹색어머니회 봉사'을 해야 하는데, 그때는 지금보다는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울딸~ 아빠는 으뜸이가 찻길을 건널 때 항상 조심했으면 좋겠어. 울딸이 조심해도 차들이 조심하지 않는 경우도 많거든. 찻길 건너기 전에 좌우 살피고, 조금 서둘러 건너자. 찻길 지날 때 장난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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