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인 3월, 딸 아이 뿐 아니라 1학년 거의 모든 아이들은 하교 후 보호자의 손에 이끌려 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여전한 가운데 학기 초인 만큼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대략 2주간의 기간이 지난 후 아이들이 서로 어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교 때 친구들끼리 손을 잡고 나오는 모습이 대표적인 예다.
딸 아이 역시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딸 포함 총 4명의 여자아이들. 평소엔 수업이 끝난 뒤 도서관까지 같이 가서 책을 빌리고 헤어지곤 했는데, 이날은 그러지 않았다. 교문을 나오자마자 친구들과 뛰기 시작한 것이다. 딸을 잃어버릴까 급한 마음에 뛰어가 보니 친구들과 함께 편의점에 들어가 과자를 고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빠, 오늘 친구들과 과자파티 할거야. 과자 사줘"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알았어"라고 말한 뒤 아이들이 골라온 과자들을 계산 하려는데, 때마침 친구들의 엄마들이 오셨다. 자신들이 계산한다는 말에 먼저 카드를 내밀어 계산했다. 딸 아이의 같은 반 친구 엄마들과 간단한 인사가 아닌 처음으로 여러 이야기를 해 본 날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빠인 내가 불편할까봐 엄마들이 먼저 편하게 대해주셨다는 점이다. 1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어울리는 게 그리 어렵다고 느껴 본 적이 없었지만, 이날은 정말로 힘들고 어려웠다. 다행히 엄마들이 편히 대해줘 긴장이 풀렸고, 그러면서 학원 등 평소 궁금한 점을 엄마들에게 물어보며 대화를 이어갔다.
지금도 그때 만난 엄마들과 종종 어울리곤 한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면 부모들은 기다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면 부모들은 옆에서 커피를 마시곤 한다. 물론 다들 학원 때문에 많은 시간 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항상 으뜸이도 같이 놀자고 말해주시는 친구 엄마들. 힘든 육아휴직 기간에 딸 아이는 물론 나까지 챙겨주는 친구 엄마들을 만난 게 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