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우리가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
제 브런치북 연재 순서대로라면 좀 더 있다가 "정치에 열받은 아들아 워워~"에서 적어가야 하겠지만 선거가 코 앞에 다가왔기에 우리 아들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 짤라서 먼저 나누고 싶어서 적어 봅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며 선거를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선, 총선, 보궐선거들에 참여하면서 아이들이 가끔 제게 하는 얘기입니다.
"정말 후보가 맘에 들지 않아요"
"000 후보가 정말 맘에 들지 않지만, 000 후보도 맘에 안 들어요"
"ㅁㅁㅁ 당이 진짜 싫은데 ㅇㅇㅇ 당도 요즘 하는 거 보면 별로예요"
"다 맘에 안 드는데, 그냥 난 이번엔 투표 안 할래요!"
80년대 군부독재 시대 때까지는 솔직이 그래도 양 측을 비교하는 게 그나마 어렵지 않았었습니다.
정보와 권력의 비대칭도 너무 명확했고, 선거는 소시민인 우리들이 눈과 귀를 권력으로 막고 있는 이들에게 항변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기에 투표열기도 높았고 투표에 대한 방향성도 선명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군부독재가 공식적으로 종료되며 민주정부가 계속해서 들어서고 군부독재에 맞서 싸우던 세력들이 각자의 여러 이유들로 다양하게 정치세력화 되면서 일반 소시민들이 투표로 평가하고 의견을 표하기에 쉽지 않아진 시대가 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아시아 대륙과 세계에서 가장 큰 바다인 태평양의 경계 지점에 있는 반도, 즉 육지의 꼭짓점에 있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한때 아시아 동북아의 맹주였던 때도 있었고, 끊임없이 대륙과 바다 쪽에서 침략과 설움을 당해 온 역사적 배경을 가진 나라입니다.
그래서... 모두들 아시는 것처럼 중국과 러시아, 일본의 팽창전략의 전장으로 아픈 약소국의 설움을 겪었고 일본에 의해 식민지로 오랜 기간 착취 당하다가 제2차 세계대전의 원자폭탄에 의한 전격적인 일본의 항복으로 어느 날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채 독립을 맞이하였습니다.
그 결과, 내부에서 제대로 정리가 되기도 전에 미국과 소련에 의해 남북이 나눠지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더 정치세력 지형이 복잡해졌고 당시 미국 군정의 필요에 의해 기사회생한 친일파들에 의해 친일 청산의 기회를 놓치고 나라의 기틀과 정신이 제대로 세워지기 전에 사분오열되게 되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군사정권에 의해 독재가 시행되었고 5공 때까지 20여 년간을 보내왔었습니다.
여러분, 저는 우리 아들들에게 이와 관련해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악이 충분히 무르익을 긴 시간이 있었음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권력과 돈과 언론을 모두 악이 쥐고 1945년부터 90여 년대까지 적어도 50여 년 동안 축적되고 무르익고 농축된 것을 우습게 보면 안 된다.
87년 민주화는 감사한 일이지만 내가 보기엔 그것도 그 악의 세력이 방향전환을 결정하고, 그것을 활용해 더 공고히 갈 전략을 세웠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그런데, 당시 민주 세력이라고 하던 이들과 아부지 세대들과 같았던 당시 젊은 세대들은 악의 세력이 무너지고 새로운 시대가 열린 줄 착각했었던 거 같아.
아니, 나이가 들면서 조금 더 다르게 볼 수 있게 될수록 그건 그 세력들의 기획의 전환이었고, 그들의 전략적 선택이 있었기에 그렇게 갑자기 너무 빨리 전환될 수 있었던 거 같아.
그리고 그 영악했던 세력들은 갑작스런 민주화에 우왕좌왕하던 일반 국민들에게 "부자 되세요!"라고 부추기며 급격한 당시 경제성장과 부동산 개발 등으로 다들 허벌레 하게 만들며 뒤로 숨어 확실한 부와 권력의 공고화를 완성해 간 거지.
그러면서 그 세력들이 정치에 지금까지 전방위적으로 하고 있는 게 뭔지 아니?
내가 보기엔 "도찐개찐 전략"이야.
급격한 경제성장과 부동산개발 붐으로 다들 부자가 되도록, 좋은 대학 가서 대기업과 좋은 회사 들어가고, 좋은 아파트 사서 부유하게 사는 삶으로 전방위적으로 정치와 언론이 합심해 몰아가던 울타리 안에서 부동산 투기나 편법, 불법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로, 공동체를 공범으로 만들어 간 거지.
정치인 후보로 나오는 이들, 아부지 또래의 사람들을 보면 하나같이 공통분모처럼 따라 나오는 게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고학력 스펙'인 거 보면 웃기기도 하면서 너무 천편일률적이어서 이상하지 않니?
이런 이들이 모든 당에 있고, 언론은 이런 정치후보들과 정치인들의 면면을 보이면서 그들의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오히려 일반 대중에게 정치혐오와 정치인들에 대해 실망감을 자연스럽게 가지도록 풀어가고 있어.
투표는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옳다고만은 볼 수 없어. 그러나 투표라는 방식으로 "악을 악하다" 얘기하지 않으면 '악은 자라서 세상 전체에 고착화된다', 그리고 그 고착화된 '악'은 '우리의 미래를 앗아 간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투표는 오늘 우리 시대의 악에 저항하는 마지막 몸부림이며, 내가 원하는 후보가 없어도 더 악한 후보가 그 자리에 앉아 그 악이 자라 나라를, 우리 사회를 좀 먹지 못하도록 간절히 소망하는 맘으로 드리는 소시민의 기도라고 생각해.
다들 맘에 안 들더라도 더 악하지 않은 이가 더 악한 자가 악을 펼치지 못하도록 막는 것으로, 어떤 후보와 어떤 정당에 투표를 해야 할까 심사 숙고하며 꼭 투표하러 가자!!!"
여러분!
선택이 쉽지 않고 정말 맘에 드는 이들이 안보이시겠지만, 심사숙고하며 고심하시되 투표는 꼭 하세요!!!